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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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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5년차 소아청소년과 간호사입니다.

소아내과, 소아외과, 소아조혈모이식병동, 신생아중환자실을 거쳐 지금은 소아청소년과 외래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사다난한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고, 소아파트를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내가 과연 맞는 걸까, 그만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럴 때 마다 그 자리를 지키게 해 준 것은 바로 아이들이었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고 아픈지 표현도 제대로 되지 않고, 울고 떼쓰며 협조도 잘 되지 않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고 그들의 보호자까지 함께 케어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아이들의 순수함과 해맑은 웃음이 모든 힘듦을 녹여버릴 정도로 저에게는 행복이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에 계신 간호사라면 누구나 동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뒤돌아보면 생각나는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나 과연 병원을 떠날 수 있을까 싶었던 아이가 지금은 중학생이 되어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씩씩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고, 제 손바닥만한 이른둥이었는데 어느 새 돌잔치를 하고 걸어서 진료를 보러 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힘든 시간들을 장하게 이겨냈지만 하늘도 무심하게 가족의 품을 떠나 하늘나라로 간 소중한 생명들도 있습니다.

 

근무했던 병동 중 소아조혈모이식병동에서는 입원 후 일반병동에서 보다 고용량의 항암을 하고,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이후 한 달 정도의 치료와 회복 기간을 갖습니다. 그동안은 커튼이 쳐진 조그마한 방에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이 보호자 한 분과 지내게 됩니다. 긴 시간을 가깝게 보내다 보니 간호사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춘기 청소년의 경우, 특히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내성적이고 말수도 거의 없어 보호자와의 대화가 더 잘 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중고등학생 때 남동생이 생각나 일부러 좀 더 말을 걸고는 했습니다. 일상적인 이야기, TV 프로그램 이야기, 게임 이야기 등,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점점 더 말수가 늘어나는 아이들을 보면 힘든 와중에 그래도 마음을 조금은 열어주는 거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중 한 고등학생 정도 나이의 남자 아이는 이렇게 자신에게 말을 많이 걸어준 선생님은 처음이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아준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눈물을 보며 당황하기도 했지만, 정말 나에게 중요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때 즈음 소아암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외국의 경우 소아암 호스피스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 치료 시작에서부터 사망까지 아이들과 가족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성인과 다르게 아픈 것과 죽음보다 지금 현재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같이 신나게 놀지 못하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라고 한 내용이 제 가슴 깊이 박혔습니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했는데. 치료 과정에 있어 그들에게 친구가 될 수 있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였고, 아이들을 보면 말 한마디 더, 관심 한 번 더 보여주는 친구 같은 간호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고 하지만 병원에 아픈 아이들을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요즘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들을 이겨내는 놀라운 회복력 또한 갖고 있기에 늘 희망과 함께 있습니다. 머리와 다리에 붕대를 감고도, 가슴에 chest tube를 꽂고도, C-line을 달고도 과자 하나에, 장난감 하나에 행복해 하며 엄마 아빠와, 또래 아이들과 재잘거리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웃음소리에 저의 마음도 그렇게 따뜻함이 더 채워집니다. 제가 주는 것 보다 훨씬 많은 것을 되돌려 주고 일깨워주는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그들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모든 소아청소년과 간호사님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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