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은은한 햇살이 나의 눈을 자극하며 내안의 세포 하나 하나를 깨운다.
아 나는 오늘도 살아 있구나 느끼며 이 하루를 시작한다.
마음 대로 움직이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면서 느끼게 되었다.
삶의 소중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도 내 의지로 움직이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호스피스~말기라는 느낌은 모든 것을 손 놓고 싶은 말일 것이다. 호스피스를 알리는 홍보를 인근 지역으로 다니다 보면 마을 어르신들은 많이 껄끄러워 한다.
말로는 대충 ‘알어. 호스피스~거 죽으러 가는 곳 아니여’ 라고 말씀 하신다
죽음이라는 단어와 많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이 병동 근무를 시작하면서 느낀 건 죽음을 잘 마무리 해야겠다는 것이다.
죽음은 피할수 없는 현실이니 잘 죽는 것을 배우는 것도 중요한 인생의 한 과정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죽어야 잘 죽는 것인가? 너무 이상적이지 않는가 ? 잘먹고 잘사는 것.
자녀에게 유산을 많이 주고 가는 것. 물론 경제적인 것이 나의 죽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크다. 그렇다고 그것이 잘 죽는 것과 같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 한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나는 수많은 죽음을 봐 왔고 그래서 더욱더 잘 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환자 한 분이 생각 난다.
죽음을 받아 들이는 자세가 다른 일반인들과 다른 분이였다. 대부분이 죽음 앞에 굉장히 두려워 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환자분의 소원 들어주기 행사로 가정 방문을 하러 가는 앰브런스 안에서 환자분이 환하게 웃으며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어. 열심히 살다보니 하느님이 열심히 살았다고 나에게 아주 좋은 선물을 주셨어. 죽음이라는 정말 좋은 선물”.
나는 그 때 뒷머리를 누가 세게 때리는 충격을 받았다.
난 열심히 살았는데 좋은 선물이 ‘죽음’이라니. 하지만 부정하는 죽음이 아니라 겸허이 받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 들 일 수 있을까?
대부분 죽음이라는 단어 조차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분도 처음엔 많이 부정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 그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내 일과 가정을 지킬려고 열심히 노력하며 삶을 산 우리의 일반인 영웅.
수 많은 업적을 남기고 후세에 이름을 날리는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 남이 알아 주지 않아도 내 삶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 속에 만족을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인생 승리자 삶의 마무리를 위해 후회하지 않도록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이 분은 자기 집 텃밭에 예쁜 코스모스 씨를 뿌리셨다고 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밭에 심어 놓은 코스모스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라며 환하게 웃던 얼굴.
가을 어느날 난 그분의 코스모스 피어 있는 텃밭을 보러 가려 한다.그러기 위해선 오늘 하루를 소중히 보내야 겠지......
아주 좋은 선물을 받는 그날까지 정말 열심히 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