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2년차 간호사입니다.
신규 시절이랄 것도 없이 적은 연차지만, 병원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하루는 눈에 보이도록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많이 서투르지만, 모든게 낯설고 힘들었던 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여느때처럼 항암치료를 주로 하는 병동에서 환자를 보던 날이었습니다. 오후가 되기도 전에 일찍 올라온 환자덕에 신규인 저로써는 많이 당황했고, 입원 경험이 많이 없던 환자였습니다. 여러번 와서 친숙한 환자를 맞이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저에겐 반갑지 않은 불청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 온 환자를 최선을 다해 맞이했습니다. 라인에 항상 두려움을 갖던 때라 조심스럽게 시도한 끝에 "이 놈 참 안아프게 잘하네~ 다음에도 니가해라." 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게 되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요, 그때부터인지 이 환자에게 애정이 가게 되고 자꾸 눈길이 가게 되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환자가 요구사항도 많고 말하는게 너무 무례하다며 좋아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냥 그것마저도 되게 친숙하게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보호자도 왜 선생님한테 반말하냐 했지만, 아랑곳 하지않고 우리 아들같아서 그런다며 하하 웃음짓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항암치료를 진행하게 되면서, 특정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 항암제는 부작용으로 쇼크까지 올 수 있는 위험한 항암제였습니다. 그래서 첫 주입 30분은 간호사가 심전도를 보며 상주해야하는 지침이 있었습니다. 환자 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항암치료를 진행했고 환자는 이런 간호사가 없다며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이런거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너스레 웃음을 지으며 더욱 치켜 세워주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항암치료 특성상 하루하루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입니다. 그 환자에게도 질병의 진행은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며,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며 이곳 병원이 조금이라도 덜 오기싫은 곳으로,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는 곳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항상 노력했습니다.
특별하거나 거창한 사건은 없지만 이런 사소한 하루하루가 모여 그 사람에게는 그랬었던 인생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항상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간호사의 위치 아닐까요?
누군가에게는 아들이, 누군가에게는 믿음직스러운 선생님으로서 스쳐지나가는 삶의 중간에서 소소한 작은 행복이라도 나눌 수 있는 오늘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