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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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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하늘에 쌓아라

벌써 친정과 같은 응급중환자실에서의 파견 근무도 5개월째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느 늦은 근무 시간이었다. 평소와 같이 보호자 면회시간을 정리하려던 순간 .......

인터폰 소리가 들리며 얼굴엔 왠지 무겁고 어두운 무게를 느낄 수 있는 한 중년의 부인인 보호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 보호자의 환자는 인공 호흡기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하루에 한번 있는 30분 동안의 중환자실 면회 시간은 며칠째 환자의 손을 꼭 잡으며 환자의 가슴에 파묻혀 흐느끼는 부인의 눈물로 지나고 있었고,

그 환자의 부인은 우리 남편 오늘은 어떤가요?”라며 기운 없는 목소리와 누가 보아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흐느낀 흔적이 있는 퉁퉁 부어 오른 눈으로

한결 같은 질문만 반복하며 오늘도 이처럼 인터폰 소리와 함께 담당 간호사인 나를 찾고 있었다.

무슨 또 다른 질문이라도 있으신가요?”라는 나의 질문에 부인은 자꾸만 머뭇거리며 나의 눈 치라도 보듯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 간호사님, 혹시 연명치료 중단이 뭔가요? 어떻게 하는 건가요?”

그랬다. 그 질문을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보호자의 떨리는 입술과 안절부절 못하 는 손놀림을 보며 난 느끼고 알 수 있었다.

간호 경력이 20년이 훌쩍 넘은 나에게도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설명은 어려운 숙제처럼 조심스럽게만 느껴졌고

연명치료 중단 결정권의 국가적 제도 도입 후 우리 병원에서의 첫 사례가 환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담당 간호사인 나조차도 생각해 보질 않았기에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하나? 순간 막막해졌다.

가족의 죽음 앞에서의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가슴 아픈 결정을 앞두고 떨리는 입술로 나지막이 던지는 보호자의 질문에 어떤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연명치료 중단 결정에 대한 절차 설명과 담당 주치의를 연결해 주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보호자는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된 준비 서류와 가족들의 동의를 모았고 최종 환자의 인공 호흡기 제거 시간 조율만을 앞두고 있었다.

그 날도 면회시간을 앞둔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면회가 시작됨을 알리듯 보호자들의 발걸음은 여기저기서 환자를 찾느라 분주했다.

간호사님, 저희 내일 오후 4시에 신부님과 가족들이 모여서 하려고 하는데요......”

, 알겠습니다. 담당 주치의 선생님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서로 짧은 대화를 했고, ‘왜 하필 내가 근무 할 시간인 내일 오후 4시일까라는 답답함이 함께 몰려오고 있었다.

저녁근무가 끝난 후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왜 하필, 내일 4시일까? 그런데 넌 중환자실에서 많은 환자들의 죽음과 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했건만 뭐가 이렇게 자꾸만 널 답답하게 하는 거니?’ 나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묻고 있었다.

마침내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고, 오후에 출근을 하며 나는 원인모를 두통에 진통제 한 알을 삼켰다.

출근을 한 후 여전히 인공 호흡기에 의존해서 호흡을 하고 있는 환자를 보며 괜스레 먹먹함을 느끼며 뭐가 나를 이렇게 답답하고 알 수 없는 긴장을 주는 걸까?’ 다시 한 번 묻는다.

.....인터폰 소리와 함께 나의 눈빛은 벽에 걸린 시계로 시선이 갔고 시계는 오후 3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절차대로 신부님의 기도가 끝난 후 함께 임종을 지켜 볼 가족 모두를 환자 앞으로 대기시키며 주치의가 오기를 기다렸다.

담당 주치의의 모습이 보이며 연명 치료중단을 시행하기 위해 환자와 보호자 주위로 커튼이 드리워졌고 주치의의 보호자들의 동의하에 연명 치료중단을 시행하겠습니다.” 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그동안 생명의 연결고리였던 인공 호흡기는 제거 되었다.

가족들의 울음소리와 바닥에 주저앉아 발을 동동거리며 가슴을 쥐어짜는 보호자의 눈물을 보며 그 동안 나의 답답함과 원인 모를 긴장감은 바로 이러한 상황 때문이었을까?

부인은 환자 가슴에 파묻혀 울었다. 여보 사랑해요, 나도 곧 당신 따라갈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의 심장은 점점 빨라지고 나의 두 눈에서는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렸고, 자연스럽게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았다.

결국 환자는 연명 중단을 시행하고 24시간 후 운명을 하셨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숨길 수 없는 고통, 아픔을 함께하며 나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라는 복음 말씀은 가족들보다도 오랫동안 함께 하는 간호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들과의 만남, 오늘도 눈을 뜨고 출근하는 나에게 작은 속삭임을 보낸다.

보물을 하늘에 쌓아라.

고통 중에 있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아픔을 세심한 사랑으로 살펴주고 그들의 아픈 시선을 놓지 않는 간호사가 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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