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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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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

잠 못 드는 밤

 

병원 입사 후 갓 1년이 지나 이제 내 이름 앞에 신규간호사라는 호칭이 떨어 질랑 말랑할 즈음이었고, 한창 환자간호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붙고 있었던 때였다. 20대 후반 젊은 남자가 장폐색증이라는 병명으로 입원할 것이라고 병동으로 전화가 왔다. 환자는 전날 회식자리에서 고기와 맥주를 먹은 뒤 새벽에 배가 아파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내원하여 촬영한 복부 CT에서 장을 꽉 틀어막고 있는 무언가가 있어 일단 입원하여 금식을 유지하고 또 수액을 투여하면서 필요시에 코에서 위까지 연결되는 비위관을 삽입하여 음식물 배출을 도와준다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질, 외과에서는 나름 간단하다고 분류되는 환자였다.

응급실에서 병동으로 올라 온 환자는 과연 내 예상대로였다. 아주 어렸을 적 말고 성인이 되고나서 첫 응급실 방문에 첫 입원이라는 환자는, 연락 가능한 보호자 연락처를 묻는 물음에 지방에 계신 부모님한테는 술 먹고 배탈 나서 입원했다고 차마 말도 못 꺼낸다고 정신 빠진 놈이라고 아버지가 자기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담당간호사인 나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고 나 또한 환자의 컨디션으로 보아 분명 입원일수가 길지 않을 터이고 굳이 보호자 상주의 필요성도 없으니 더 묻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환자가 응급실에서 촬영한 복부 CT 정식판독이 나왔고 장을 꽉 틀어막고 있는 무언가가 음식물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는 영상의학과 교수님의 소견 하에 부랴부랴 정밀검사를 시행하였는데 아뿔싸! 환자의 장을 틀어막고 있는 것은 음식물이 아니라 암 덩어리였고 도대체 언제부터 그의 몸 안에서 야금야금 세력을 키우고 있었던 것인지 이미 그의 대장에서부터 시작된 암 덩어리는 대장을 넘어서 복막까지 전이 된 상태라 안타깝지만 현재로서 수술도 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후 나는 그 환자에 대한 생각은 까맣게 잊은 채 2일간의 꿀맛 같은 오프를 보내고 야간근무조로 복귀를 하였고 환자는 다음날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가 내일 받게 될 수술은 그의 예후에 영향은 없지만 보존적인 치료로서 꽉 막혀 있는 장을 어느 정도 절제해주면 암 덩어리가 다시 자라나기 전까지 얼마간의 식사를 그에게 허락해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술 먹고 배탈 난 정신 나간 놈이라고 자신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던 그의 아버지는 보호자침대에 앉아 금식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탓에 한결 수척해진 얼굴로 곤히 잠들어있는 아들이 행여나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을지, 병실이 추워 잠에서 깨지는 않을지 이불을 그의 목까지 덮었다가 가슴께까지 내렸다가를 반복하며 동이 터 올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OOO, 수술 연락 왔습니다. 이송원님 올 때까지 병실 자리에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담당간호사가 엄마의 이름을 호명하며 병실 커튼을 젖히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꿈에서 깨었다. 지난 밤 나 또한 그때 그의 아버지처럼 보호자 침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탓에 엄마의 수술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 날로 부터 6년이 더 지난 지금 왜 그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걸까. 나는 그의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보호자 침대에 앉아 있었는지, 환자를 바라보며 밤새 무슨 생각을 했었을 지 6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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