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사랑해
17년 여름 나는 화순전남대병원 종양내과 병동인 71병동에 신규 간호사로 배치되었다. 이 곳은 특별하게도 호스피스병동과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이상 항암을 하지 않고 완화치료를 하기 위해 입원한 환자들도 다수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롭던 어느 날 호흡곤란을 주 호소로 응급실에서 17시경 병동으로 온 Gastric cancer 환자가 있었다. M/S는 alert했지만 Saturation이 문제였다. 리저브 마스크로 O2를 15L 이상 공급하는데도 SaO2는 80%까지 밖에 체크되지 않았다.
양 쪽 폐에 종양이 모두 전이되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태였다. 담당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 후 DNR을 받았다.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숨이 끝까지 차올라 곧 죽을 것 같지만 정신은 그 어느때 보다 alert 한 상황..
가족들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었고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이 진통제를 쓰며 환자의 호흡곤란을 완화시켜주는 일뿐이라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환자도 느꼈을까? 숨을 헐떡이며 손을 흔들어 나를 불렀다. 손바닥을 달라고 하시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쓰셨다. ‘고마워’ 그 글자를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다시 환자를 바라보니 아내의 손을 잡고 ‘사랑해’라고 적으셨다. 울고 있던 아내는 그 것을 보면서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고마웠고, 그곳에서는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있으면 다 마음껏 하면서 편히 쉬라고 환한 미소와 함께 말씀하셨다.
그 이후 눈을 감으신 환자분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더 평온하고 안정되어 보였다.
가족들은 연신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셨다.
하지만 나 또한 이 일로써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분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