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팔다리 힘이 빠져요” 모야모야병의 집중치료실 간호.
모야모야병을 가진 환자와 함께한 기억.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입사하고 신규 때부터 신경외과에서 근무한지 햇수로 11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신경외과 수술 후 환자 간호를 했었지만, 그 중에서도 모야모야병 환자들이 늘 기억에 남습니다. 모야모야병은 최근 언론에서도 알려져서 종종 들어본 질병이기도 하지만, 희귀병에 속하며, 수술 후 간호사의 손길이 정말 많이 필요로 하는 질병이기도 합니다.
모야모야병의 집중치료실 간호의 이야기에 대해 적어본 간호사례 수기입니다.
모야모야병이라는 질병은 처음 들어보는 누군가에는 생소할 수 있지만, 제가 여태껏 만나온 수많은 모야모야병을 가진 환자들은 그의 합병증으로 뇌경색이 와서 생사를 다투기도 하고, 혹은 수술 후 발생하는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재활치료도 받으면서 팔다리를 못 쓸 까봐 무섭고 절망 적 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언제 생길지 모르는 증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의 불안을 떠안고 치료에 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논문에서도 이런 모야모야 질병 환자들에게 질병의 증상, 진단과정, 치료과정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될 경우 질병 회복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고, 환자 스스로 질병에 대해 인식하게 될 경우 긍정적으로 대처한다는 근거가 있었습니다.
제가 만났던 환자 또한 수술 후 생기는 일과성 허혈 발작 증상에 대해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모야모야병으로 혈관 간접 문합수술을 받고 집중치료실에 입실한 환자였습니다.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환자와 함께 하며 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잘 자고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으려는 순간 환자는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팔이 안 움직여져요, 팔에 힘이 빠져요”라고 말했고, 저는 의식 수준을 확인하고, 활력징후를 측정하여 즉시 의사에게 알린 후 수액 요법을 적절하게 취했습니다. 일과성 허혈 발작 증상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수액 요법 후 증상이 호전되었는지를 확인하는데 바로 팔의 힘이 호전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어머니와 환자, 그리고 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환자에게 모야모야 질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팔다리 힘이 빠질 수 있고, 손이 안 움직여지거나 말이 생각나는 대로 안 나오는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증상이고, 즉시 알려주면 적절한 수액요법, 약물요법을 통해 혈류를 증가시켜서 증상을 해결할 수 있으니 어떤 증상이 생기면 간호사에게 바로 알려주세요!” 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교육을 들었을지라도 그는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증상으로 인해 눈빛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보호자가 나와서 “선생님, 우리 아들이 말을 못해요” 라고 호소하여 저는 모든 하던 일을 멈추고 환자에게 달려갔습니다. “000님, 이름을 말해보세요, 병원 이름을 말해보세요” 라고 assess하자 “제.. 이름은.. 방.., 분.. 당..” 외에 는 말을 못하는 실어증이 발생하였습니다. 그 즉시에도 바로 의식수준, 동공크기 빛반사, 운동등력을 확인하고 의사에게 알렸고, 수액 요법을 취하였습니다. 생간나는 대로 말을 할 수 없고 말이 안 나오니 답답해하는 그의 눈빛을 보면서 “괜찮아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표현하고, 수액 요법이 끝나고 증상이 해결된 후 천천히 이야기해도 됩니다. 이것도 금방 지나갈 수 있어요. 조금만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있어요” 라고 다독여 주었습니다.
혈압이 일정 타겟 이상 유지 되어 증상의 횟수가 줄어들자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휠체어 운동을 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갑자기 움직이면 증상이 또 발현될 수 있고 각종 수액 라인과 유치도뇨관까지 모든 라인을 5개 이상 유지하고 있어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움직이는 과정에 낙상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낙상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환자의 곁에서 휠체어로 옮겨 태워주었습니다. 수술 후 1주가 지나서 처음으로 침대 밖으로 휠체어에 탄 그는 “너무 답답했는데 이렇게 휠체어를 타니깐 날아갈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해요. 선생님. 이제 자주 운동해서 적응해서 얼른 퇴원하고 싶어요” 라며 너무 행복한 미소를 띄웠습니다. 며칠 뒤 일반병실로 전실하였고, 이 환자와 보호자가 퇴원하기 전 찾아와 “급성기에 진심을 다해 간호해주셔서 힘든 고비를 넘길 수 있었고, 지금처럼 한쪽 팔다리 힘 빠지는 것 없이 잘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다음번 반대쪽 수술 때까지 건강히 지내다 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퇴원을 하였습니다.
이 환자와 보냈던 2주라는 시간동안 일과성 허혈발작은 팔에 힘이 빠지는 증상, 물건을 잡을 수 없이 손이 움직여지지 않는 증상, 말이 안나오는 증상,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등 매우 다양하게, 시간도 예측할 수 없이 수시로 발생하였습니다. 많이 발생하던 때에는 하루에 10회도 넘게 증상이 발생하였고, 일과성 허혈발작은 즉시 해결해주지 않으면 추후에 장애로 남을 수 있기에 그때마다 담당 간호사인 저는 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이 환자의 증상에만 몰두하여 해결했습니다.
간호사에게는 TIA(일과성 허혈발작)은 모야모야 환자를 간호하는 동안 너무도 많이 발생하는 일이지만, 환자들은 간호사의 교육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실제 증상이 자신에게 발현되면 불안을 떨면서 언제 또 증상이 발생할까 두려워합니다. 그러다 보니 모야모야 질병은 수술 후 간호사의 손길이 정말 많이 필요로 합니다. 작년 사례 발표를 준비하면서 간호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큰 영역임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고, 신경외과 간호사로서 큰 보람과 직업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신경외과의 중증도 높은 환자를 보면서 친구 같은 동료(선후배 선생님들), 든든한 수 선생님이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모야모야 환자들에게 찾아오는 급성기 일과성 허혈발작증상의 순간, 신속한 캐치와 처치 !
그들의 골든 타임에 저를 필요로 하는 우리 환자들을 위해
오늘도 저는 열심히 간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