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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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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그리고 무.

얘들아 고생했어,, 다 잊고, 혹시 꿈꾸지도 말고, 가서 푹 쉬어

그렇게 흩어진 데이 듀티 액팅 멤버들을 모아 등 떠밀어 먼저 보냈지만 이미 5시 반이다.

네 자리수가 넘는 삶과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좀처럼 내 마음도 쉽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백혈병.

H 님은 작년 진단을 받고 암센터에 항암을 위해 내원 하셨다. 5일 동안 한 시간짜리 약을 투여하고, 한 달 주기로 찾아 오셨는데, 간단한 항암제이기도 하고 점잖으신 분이셔서 워낙 까다롭고 까칠한 암 환자분들 중에서, 올 때 되면 오시는 정다운 단골 같은 분이셨다 1시간짜리 약을 투여하고 남아버린 23시간이 적적해 가끔은 스테이션에 나와 이야기도 두런두런 하시고 그렇게 또 올께 안녕하며 퇴원 하시던 분.

이번에도 역시나 입원수속을 하셨는데, 생각 보다 백혈구 혈소판이 너무 떨어진다. 미성숙세포들이 많아지고 있고 과장님은 지금의 상태에 대해 더 이상 같은 약은 효과가 없다 판단하셨다. 약이 변경되었고 매일매일 다른 부위에 피하주사가 투여 되었다.

그러나 몇 주간이 넘어 갈 무렵에도 혈액 검사 추이에는 변함이 없었다. 약은 중단되었고, 또 한 번의 고민이 시작 된다. 다른 항암제를 고려하기에도 이미 칠십이 훨씬 넘은 고령에, 더 강력한 항암제가 늘려줄 몇 달의 여명과 그 예상된 부작용들 사이에서의 삶의 질..

철저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

늘 정정하셔서 보호자를 뵌 것도 처음 이었다. 따님은 동생도 같은 백혈병이었다며 너무 고통스러워했던 마지막 모습을 알기에 몇 달을 연장하고자 쎈 항암제로 환자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하셨다. 이러한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 하셨을 텐데.. 환자분은 담담하셨다.

어느 날인가 핸드폰을 꼬옥 쥐고 얼굴이 환해져서 나오신 환자분이 제왕절개를 하면 얼마 만에 아기가 나오냐며 물으신다. 첫 손주를 곧 보게 된다며 퇴원까지 하고 싶어 했었던 그 날. 바로 그 날 이었다. 12시에 수술실에 들어갔다며 소식이 궁금해 동동 거리시는 모습에, 지금 즈음이면 벌써 애기가 나왔을 거라며 나도 같이 마음이 들뜬다. 30분이 지났을까, 휴대폰 폴더를 열고 다니시며 수술포에 쌓인 핏덩이 갓 난 손주를 몇 번이고 자랑하셨다.

오후 회진. 과장님과 찾아간 병실에서

' OOO이가 이제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라며 또 주섬주섬 핸드폰을 찾으셨다.

눈이 동글해져서 나를 보시는 과장님께 오늘 기다리던 손주 보셨다며 웃으며 힌트를 준다.

기어코 핸드폰을 주섬주섬. 폴더를 열고 타닥타닥. 사진을 열어, 나는 벌써 몇 번이고 봤을 구면의 손주사진을 또 한 번 함께 본다.

과장님도 엉겁결에 사진 속 손주와 인사를 하고 이에, 그분의 살아야 할 이유를 만나셨다.

아이고~~축하 드립니다~”

라고 말씀하셨고, 그리고 한숨을 쉬셨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환자분은 그 한숨을 읽으셨다.

근데 왜 김과장 한숨을 쉬노~~” 하며 웃으시는 그분께 아니~ 아닙니다 하며 병실을 나오면서도, 과장님은 금방 안 좋아 질텐데..” 하며.. 고개를 저었던 것 같다. 그래도 좋은 날인데 한숨은 쉬지 말지.. 속으로 이야기 하며 남은 회진을 돌았다. 안다. 의도했거나 의식하지 않은 한숨 이었다는 것은

오늘도 바쁘다

정신없이 퇴원을 보내고 비우는 자리마다 입원환자가 몰려왔다. 수혈하고 항암하고 검사 진행하고,, 수 없는 콜벨과, 부름에 오늘도 하악하악.

스테이션에 H님이 나오셨다

나 감기가 걸렸는지 기침을 하네.. 기침을 자꾸 했더니 갈비뼈까지 아파'”

말하는 입술이 떨고 있었다. 추운지 물어보니 약간 추우시단다. 이거 열나겠구나 싶어 증상 조절 해드리는 약을 처방 받았고, 일단 따뜻하게 누워계시도록 했다. 얼마 지나, 병실에 가보니, 역시 오한과 함께 열이 난다.. 혈액암 환자분들의 경우 열이 나면 무섭게 컨디션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배양 검사며 항생제며 추가 처방이 이어졌다. 다행히 열은 떨어졌고 다른 바이탈도 염려보단 잘 유지되었다.

 

데이 이브닝 듀티 인계시간. 환자분 인계를 드리며 이야기했었다. 얼굴빛이 좋지 않다 전과 다르다..

바이탈 잘보고 컨디션 잘 봐야한다. 그리고 몇 분의 인계를 하고 있을 즈음.. 그 병실에서 나온 간호사가 급히 부른다. 기침을 했는데 피가 나오고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산소를 달고 수치를 올려도 포화도가 잘 안 올라 간다했다. 달려가 보니 fresh form의 출혈 이었다. 산소 올려서 안 되면 Hiflow연결하라 하며 과장님과 보호자님께 연락 한다. 처음엔 한 모금 정도였던 출혈이 급격히 많아졌고 기도 흡인이 될까 앉은 자세로 뒤에서 몸을 받혀 드리고 있는 와중에 이야기 하신다.

이제 OOO이가... 안 되려나 보다

모두의 손과 발이 분주 해진다. 산소포화도 유지가 안 되어 Hiflow를 연결했고 입에선 시뻘건 피를 연신 쏟아내셨다. 과장님이 달려오셨고 지혈제며 수혈이며 흉부사진이며 추가 오더가 쏟아졌다. 오른쪽 폐출혈이 의심되었고 환자는 급격히 의식까지 저하되어갔다. 겨우 연락이 취해진 보호자는 두 시간 거리에 있다했다. 기도삽관 및 심폐소생술,,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으셨던 환자분께 현재 상태를 유지하여 컨트롤 하는 게 최선 아닌 최선 이었다.

이름을 부르고 환자의 팔을 꼬옥 잡아 드렸다.

무섭고..

외로우실 것 같았다,

Hiflow full를 연결했지만 코와 입에서 줄줄 흐르듯 피가 쏟아졌고 산소 포화도 또한 툭툭 떨어져만 간다. 혈압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노르핀도 이미 제 역할을 해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사랑하는 따님과 얼굴이라도 보기를 바라며,, 뭐라도..그래. 뭐라도..

 

병동에서 컨트롤하긴 어려운 상황에 중환자실로 전동을 하자 했지만 이미 앰부잡고 가더라도 가다가 플랫이었다. 가족실에 옮겨서 지켜보기로 한다. 우린 임종실이라 부르는 그곳으로 베드를 옮긴다. 곧 연결된 모니터에는 0 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보호자는 아직도 오시지 못했고, 환자 혼자 덩그러니 피로 얼룩져있다.

보호자님이 오시기전, 이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실까.. 갑작스레 환자의 몸을 덮었던 장치들과 선들을 정리하며, 얼룩진 얼굴을 닦아드린다. 아픔을 닦아드린다..

심장은 멈추었는데, 출혈은 멈추질 않는다. 피로 젖은 환의를 바꿔 입혀드리려고 몸을 돌려 누웠을 때였다. 계속 나오는 출혈 때문에 코와 입에 거즈를 대고 있던 내 손위로 피가 왈칵. 쏟아졌다.

따뜻했다.

이미 이 된 사람과.

그 존재가 살아있었던, 마지막 증거. 그 삶의 뜨거움..

따님이 오셨고, 그렇게 만남과 안녕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마치 삶과 죽음이 내 손에 동시에 닿았던 것처럼.

 

수많은 안녕을 한다, 모두 다른 모양이지만, 유가 무가 되어 가는 공간 안에 우리가 있고, 나 역시 그 시간 안을 달려가는 존재다.

오늘처럼, 마치 유와 무가 찰나처럼 지나가버린 날에는 좀처럼 그 분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분이 살아 숨 쉬던 날들의 그 마지막 증거가 닿았던 뜨거움이. 쉬히 식혀지지 않는다.

., 그리고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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