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근무를 하는 어느날 이었습니다. 새벽 5시경 잠에 뒤척이는 환자들의 정규 혈압을 재기위해 추워진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지도 모른 채 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동은 내과중환자실과 같은 층에 위치하기에, 중환자실 앞 작은 쉼터에 보호자들이 이불도 덮지 못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 보호자들 중 누군가 저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에 잠시 쉼터를 바라봤습니다, 보호자 한분과 눈이 마주쳤고, 그분은 저를 알고있다는 눈치로 가벼운 눈인사를 하더군요. 문득 망각했던 기억 속에서 이틀전 퇴원한 제 담당환자의 보호자였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재원이 요구되었지만, 보호자와 환자가 원하여 집으로 퇴원을 했죠. 병동간호사의 새벽 5시는 촌각을 다투는 바쁜 시간대라 눈인사만 하고 지나칠 수 있었지만, 빨갛게 충혈된 보호자의 눈에 말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녁부터 환자의 의식이 흐려져 응급실을 통해 중환자실 입원을 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는 보호자......
그 말을 듣고 저는 자연스레 보호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이 사람을 위해 뭔가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고, 생각 끝에 제가 건넨건 얇은 시트 하나였습니다. 추워진 날씨에 잠시 대기하는 동안이라도 덮고 따뜻하게 환자의 안정을 기다리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시트 하나에 나이가 지긋하신 보호자분은 고맙다며 연거푸 제게 고개를 꾸벅였습니다.
잠깐이지만,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본 짧은 10분-15분정도....
그냥 지나쳤다면 보호자와 나에게도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였겠지만,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나타낸 순간 보호자와 저에게 가슴 따뜻한 추억으로 돌아온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