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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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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헌신으로

제게 2017년은 힘겨운 한 해였습니다. 20171, 할아버지께서 대장암 진단을 받아 수술하셨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퇴원하신 지 겨우 일주일이나 지났을까요? 아버지께서 속이 조금 쓰리다셔서 동네 근처의 내과에서 위 내시경을 했는데 '위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이 나왔습니다.

 

지금껏 제게 ''이란 낯설지만은 않은 병이었습니다. 대학병원에는 암환우분들이 많이 계셨고, 오랜시간 병원을 다니며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환자분들과는 정도 많이 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란 참 무서운 병입니다. 힘내서 열심히 치료받고 투병하시던 환자분들 중 많은 분들께서 제 곁을, 가족 곁을 떠나기도 하셨어요.

 

" 내가 먼저 무너지면 안 된다. "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투병생활 동안 옆에서 간병하며 참 많이 했던 생각입니다. 그동안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서 일해왔지만, 보호자로서 겪는 병원생활은 또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짧은 외래 진료를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도, 침상 옆 좁은 공간에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것도, 아픈 가족을 바라보는 것도 참 힘겹고 아픈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시간이 흐르며 이 시간들이 환자와 보호자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걸 알아가고 있습니다.

 

꽃피는 5, 저는 소화기내과 병동으로 옮겨왔습니다. 대장암, 위암으로 투병중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께 정말 단 하나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 이 때, 처음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의 위암 진단까지 받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저에게 선임간호사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 그래도 너는 간호사니까, 아빠에게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있어. "

 

그 당시, 저는 그 말 한 마디에 '내가 할 수 없는 일'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불안해하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께 하나라도 더 자세히 설명해드리며 안심시켜드리기도 했고, 부족한 지식이나 경험이라도 최대한 살려 작은 일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가족들에게도 각자의 일이 있고, 저 역시 출근을 해야 했기에 24시간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곁을 지켜드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몸이 아프신 와중에도 제게 피곤할테니 어서 집에 가라며 등을 떠밀곤 하셨는데, 가족을 병상에 홀로 두고 나와야만 하는 보호자로서의 마음이 그렇게나 아프다는 것 역시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근무가 끝나고 병실로 와 아버지께 물을 드렸는데 힘겹게 물 한 모금을 드신 아버지께서 저를 보며 말씀하십니다

 

" 네가 주는 물 한 모금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생명수같아. "

 

,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께서 소천하시고, 제가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기 시작한지 정확히 4년이 되던 날, 아버지께서 저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슬픔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소화기내과 병동에서 근무하며 아버지, 할아버지와 같은 병으로 투병하고 계신 환자분들을 간호해야 했고, 질병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며 무력감도 많이 느꼈습니다. 너무 지쳐서 그만 하고싶다는 생각마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새로운 도전이 되어준 일은 '병동 내 집중관찰실'에서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로서, 제가 돌보는 환자분들께 최선의 간호를 제공하려 하는데 한계가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또한 바쁜 간호사의 사정을 배려하며 스스로 화장실을 가거나, 물건을 잡기 위해 애를 쓰다 낙상하고 마는 환자분들도 있기에 '무리하지 말고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라고 설명하지만 그 한 마디도 어려워하는 환자분들이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참고 견디시며 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집중관찰실'에서는 전신이 쇠약해지거나 섬망 등으로 낙상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낙상을 예방하고, 최선의 간호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집중관찰실에서는 간호사가 6인실 병실 안에 상주하며 낙상 위험이 높은 환자분들을 간호합니다. 낙상 예방 활동을 하고, 환자분들을 24시간 지켜보며 개개인의 요구에 최대한 빠르게 반응하여 낙상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간혹 아주 사소한 잔심부름들을 하거나, 체위변경과 식사 보조 등 기본 간호를 하다보면 시간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본 간호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았고, 보호자분들께서 면회를 오셨을 때 환자 상태에 대하여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으며, 환자 보호자 모두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저 역시 일에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환자분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보호자분들께서 가족을 병상에 두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발걸음이 너무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 한 모금에 그렇게도 감사했던 우리 아버지를 떠올리며, 모든 환자분들의 사소한 요구까지도 들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래도 나는 간호사니까, 지금 내 앞에 있는 환자분들께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있잖아. "

 

한 병실에서 오래 함께하다보면 유대감도 생기고, 서로 정도 들게 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저는 집중관찰실에서 함께하는 환자분들을 제 가족처럼 간호하게 되었습니다. 오래도록 낙상과 같은 사고 없이 모든 환자분들께서 건강하게 퇴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몸이 아프고 힘들더라도 마음만은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셨으면 하고 우리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한마음으로 애써주시고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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