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부서 이동 후 첫 출근
어색하게 발길을 들였다.
한껏 긴장한 얼굴, 매일 걷던 걸음걸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11년 …… 중환자실 밖을 나가본 적 없는데……인공신장센터라니…….!!!
고경력의 간호사 밀집구역이라 출근 전 근심걱정이 한 가득 이다.
선생님들과 인사하고 쭈뼛 대던 근육들이 조금씩 풀리고 안정적일 때쯤
경계가 가득한 환자들의 얼굴이 보인다.
친절함을 가득 담아 방긋 웃어 보이니 어색하게 다가간다.
트레이닝 선생님을 따라 다니며 귀를 쫑긋대지만
백 여명이 넘는 환자는 누가 김씨인지 이씨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뭐가 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좋지 않은 내 머리가 원망스럽다. 멘붕이다.
어떤 환자분은 투석 시 머리를 올리고 또 어떤 분은 투석 시 머리를 내리는 등등 환자
마다 개별간호에 머리가 빙글빙글……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직 생각이 나는 나날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1주, 1달 어느덧 트레이닝 막바지……
오늘은 내가 먼저 기억하고 양00님의 종이테이프 고정을 준비한다.
나를 보며 빙긋 웃으며 “선생님, 진짜 잘하시네요.”라는 말 한마디에
발걸음에 힘이 실리며 마음 한 가득 행복함이 번진다.
오늘도 난 칭찬열매 한 알에 선배 선생님들 같은 퍼펙트함을 그리며 내 맘속에
큰 그림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