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양병원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요양병원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환자도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를 어르신들과 보내던 중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갑자기 여자 병실에서 큰 소리가 나서 달려가 보았더니 할머니 한 분이 화가 많이 나서 얼굴이 벌게진 상태로 간병사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계셨습니다.
제가 무슨 일이냐고 여쭤보니 목이 뽑히도록 소리를 지르며 하시는 말씀이 “간병사가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내가 허리가 아파서 지팡이를 짚고 화장실을 가니 왜 여기서 어정거리고 있냐고 그래서 비대를 쓸려고 그런다 그랬더니 왜 할머니 방 앞에 있는 변기를 안 쓰고 이걸 쓰냐고 화를 내면서 내 앞에서 휴지를 변기에 확 버렸는데! 나는 이때까지 집에서 항상 비대를 썼었어요! 그런데 왜 나를 비대를 못 쓰게 해요! 그리고 아파서 입원해 있는 것도 서러운데 간병사가 이런 거 가지고 환자한테 이래도 되는 거예요?!! 원장 불러와!!”
저희 병원은 두 병실 사이에 화장실이 있는데 한 쪽에는 비대가 있고 한 쪽에는 일반 변기로 구조가 되어 있어서 이런 일들이 가끔씩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일선 간호사들이 조정을 해야 하고 어르신들끼리 싸우는 것을 말리기도 하고 간병사에게 교육을 하기도 하면서 왜 이런 일들로 간호사들이 매번 고충을 겪어야 하나 고민도 되고 심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또 똑같은 일이 발생하여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원장님이 라운딩 오셨을 때 병실로 모시고 가서 화가 난 어르신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병원의 시스템적인 문제 때문에 실무의 어려움을 잘 말씀드렸더니 원장님께서 제 얘기를 경청해주시고 심각하게 고민하신 후 병원 10주년 기념으로 어르신들께 보답하는 의미로 전체 변기에 비대를 설치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너무 기뻐 항의하셨던 어르신께 가서 “어르신 덕분에 우리 병원이 이번에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어요~너무 감사드려요~ 어르신 덕분에 다른 어르신도 혜택을 보게 되었어요~ 어르신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더니 금방까지 화가 나서 식사도 거부하셨던 분이 눈이 동그래지고 입이 귀에 걸리면서 “그래? 아이구~ 고마워라~ 내가 화가 다 풀려버렸네~”하며 매우 행복해 하셨습니다.
그런 기분이 며칠 동안 계속 지속되어 딸에게 전화해서 자랑하시고 병원 생활에 너무 만족해 하시는 걸 보면서 저 또한 뿌듯함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한번씩 나도 늙을텐데.. 나도 언젠간 기저귀를 차겠지... 하는 생각에 어르신들이 안쓰러웠었는데 저도 일개 직원일 뿐이니 해 드릴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에 용기를 내어 어르신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했던 제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저의 한 번의 용기로 병원이 업그레이드되어 기쁜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