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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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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던 한 가지

   잊고 있었던 한 가지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언제나처럼 스테이션으로 달려가 전화를 받는다.

안녕하십니까, 9병동 임민영 간호사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8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이곳은 보이지 않게 누군가의 섬김이 전달되기도,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누군가로부터 섬김을 제공 받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섬김으로 형성된 병원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이곳에서 행해왔던 섬김을 생각하며 적지 않은 반성을 했다.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간호했다고 믿고 있었던 나 스스로에게 그들을 위해주는 그 마음이 얼마나 진실 되었고, 그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왔느냐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섬김은 어찌 보면 굉장히 쉬운 일이면서도 전심을 다해야 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전심을 다한 섬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니 역시 보호자들의 섬김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 약 1년 전 이었다. DNR동의서를 받고 보존적 치료를 하고 있던 환자의 악화된 섬망으로 의료진, 병실 내 환자, 보호자가 곤혹을 치루고 있었다. 이러한 환자를 24시간 상주하며 지키는 보호자가 있는데, 라운딩을 돌며 내가 침상 내에서 흐트러진 환자의 자세라도 함께 바로 잡아주면 고맙다며 나에게 음료수를 굳이 챙겨 주려던 환자분의 자녀()였다.

환자의 컨디션은 안정되었다가도 별안간에 불안정 상태로 변하기를 수차례 반복하였는데, 그로부터 며칠 전 정기투약 시간엔 또 다시 혼돈된 상태로 힘을 마구잡이로 쓰시기 시작했다. 전신 쇠약한 어르신임에도 보호자와 내 힘으로 제어가 안 되어 결국 간호사 네 명이서 신체 억제대를 적용 하였고, 그 날 보호자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버렸다.

사지 억제대를 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벌떡 일어나 유치 도뇨관을 잡고 잡아 빼려는 환자분은 결국 상반신 억제대를 하고서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때마침 환자의 방문객 중 같은 교회 신도님이 병문안을 오셔 기도해 주시겠다고 하는데 평소 신앙이 있던 보호자가 기도하기 싫다고 울부짖는다. 함께 기도하자는 권유에, 신이 계시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이제 주님을 못 믿겠다며 흐느꼈다.

생각해보면, 그 날 그 환자 때문에 나도 힘이 많이 들었다. 같은 병실 내 환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물며 24시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상주하며 옆에서 그리 정성을 다하여도 몸에 있는 라인은 손에 잡히는 데로 빼려하기 일쑤에, 밤낮 상관없이 소리를 지르는 환자, 침상난간을 올려놓음이 무색하게 거동하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혼자서 침상을 탈출하려는 환자분의 행동을 보호자가 어떻게 전부 이해하고 감내하며 받아드릴 수 있을까?

24시간 중 단 몇 시간 쪽잠을 자며 심신이 지쳤을 보호자가 너무 안쓰러웠고 그날 그렇게 참지 못하고 속상한 마음을 토해낸 보호자의 심정도 이해가 갔다.

음식을 스푼으로 떠서 먹어주면 침과 함께 뱉어내는 환자에게 물 한 모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 했던 보호자는 환자가 안정되었을 때면 끌어안고 귀에다가 나지막이 속삭인다.

엄마, 사랑해!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듣기만 하여도 가슴 따뜻한 그 한마디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환자분의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 평온한 마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날은, 또 다시 환자와 반복적인 씨름을 하던 보호자가 환자에게 소리친다.

엄마 마음대로 해! 나 이제 갈 거니까! 엄마 이러면 나 다신 안 와!”

그렇게 보호자는 한동안 병실을 떠났고, 환자는 그 말을 이해했는지 못했는지 아랑곳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30분도 지나지 않아 금방 돌아온 보호자는 다시 전처럼 정성스레 환자의 전신을 수건으로 닦아주며, 환자 곁을 지킨다.

 

나도 속으로 제발 환자가 한번이라도 보호자를 제대로 알아보고, 보호자가 엄마, 사랑해했을 때, ‘나도 사랑해할 수 있기를, 그 기쁨으로 보호자가 암담해 보였던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였다. 선한 목자가 뒤집힌 양을 바로 세우 듯, 절망 속 우리의 환경과 지친 심신을 반드시 일으켜 세워주실 것을 다시 꼭 믿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출근하였을 때, 환자는 이미 요양병원으로 퇴원을 하고 병실에 계시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지만, 그 환자분이 여생을 가족과 잠시라도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바라면서 마음을 달랬다.

 

숱하게 다짐해도 우리의 바쁜 업무는 일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나를 빠뜨려, 초심을 잃게 한 적이 많았다. 신규 간호사로 입사할 당시 당찬 포부와 사명감을 잃은 내 모습을 보고 절망감에 사로잡힐 때도 많았다. 병원 안에서의 예상치 못한 여러 상황은 내게 배운 대로, 가르침대로 행하는데 어려움을 주었다.

그렇게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그동안 간과하고 잊고 있었던 한 가지는, ‘섬김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섬김이 된다는 것 이다. 섬김에 대해 생각하며 내가 베풀었던 섬김에 대해 생각을 해보니 다소 막막했던 것은, 아마도 내 안에 사랑이 부족해서여가 아니었나 싶다.

가족처럼 섬기기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늘 엄마 사랑해라고 하셨던 그 분을 생각하며 진정한 환자 섬김에 대하여 되새기고 실천해 나아가야겠다.

병마와 다투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싸움에서 심신이 지쳐있을 환자, 보호자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이겨내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명을 감사하게 여기면서, 앞으로도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우리가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행복할 수 있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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