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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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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특별한 선물

우리의 특별한 선물

                              

소아응급실은 주말 밤 내내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창밖을 넘어 응급실 곳곳에 퍼져 나갔다. 그날 밤 한 남자아이의 어머니는 급하게 아이를 안고 뛰어왔다.

우리 아이가 배가 아프대요.. 관장 좀 빨리 해주세요!”

20개월 즈음 되어 보이는 아이는 힘들어 하며 끙끙 앓고 있었다.

어머니 아이가 언제 대변을 보았나요?”

일주일 됐어요... 너무 힘들어해서 이렇게 새벽에 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아이와 어머니는 진료를 대기하였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응급실은 약 1시간은 되어서야 그 남자아이의 엑스레이 영상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때서야 아이가 힘들게 1시간은 기다린 것이 생각났고, 새벽인데도 아이가 힘들어하기에 찾아온 어머니의 마음도 떠올랐다.

영상의 결과 역시 장에 변이 가득 차 있었다. 마침 어머니는 나에게 들어와 오랜 기다림과 고심 끝에 진료 받을 순서가 궁금한 듯 물었다.

혹시...다시 진료 받는 건 언제쯤일까요?”

그때 당시 의사도 바쁜 나머지 설명도 치료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머니.. 의사선생님께서 다른 환자도 진료하고 계셔서 설명이 많이 늦어지네요..여기 엑스레이 보시면 예상대로 변이 많이 차 있네요..상당히 많이 차 있어서 아이가 힘들어 했겠어요...자세한 설명은 의사선생님께 다시 듣고, 지금 관장 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릴게요

우선 설명을 하였고 의사에게 확인 후 관장을 진행하였다.

아이는 관장 액을 넣고 약 5분 정도 참았다가 화장실을 갔다. 오래된 대변은 미처 묽어지지 않아 항문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급한 마음에 의료인을 불렀고 그때 내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나는 바로 아이를 데려다 눕혀 장갑을 끼고 새끼손가락으로 딱딱해진 대변을 파기 시작했다.

문득 학생 간호사시절이 떠올랐다. 극심한 변비로 갑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며 땀을 뻘뻘 흘리던 20개월의 나의 조카가 생각났다. 그때는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 내가 직접 손가락으로 크고 딱딱해진 변을 파 주었다. 그 후 드라마틱하게 웃음을 되찾은 것을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 저희 조카도 이 무렵 변비가 심해서 제가 이렇게 손가락으로 관장을 해주었어요.. 아직 장운동이 불안정하고 배변활동을 연습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변비가 잘 생길 수 있어요. 그렇게 변비가 심했던 조카도 지금은 잘 크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피부도 연약해서 이렇게 살살 작은 손가락으로 파 주는게 좋을 거에요..”

그 후 포도알 만한 대변이 10개정도 나오고 나머지 대변을 보게 하니 아이는 천사 같은 웃음을 되찾았다. 처음에 아이의 울음에 안절부절 못하던 부모님도 이제야 안정을 취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퇴원한 그 아이의 어머니는 교육자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의 공감과 노련함 그리고 진정성에 감동 했다고 한다.

나의 작은 공감으로 시작된 간호가 한 가족이 웃음을 되찾았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몸을 치료하기 위해 대부분 응급실을 찾는다. 하지만 우리가 힘들어하는 건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있다. 당연히 적시에 몸을 치료하면 마음의 행복은 따라 올 것이고. 몸을 치료하는 건 기본적인 의료인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몸만 보는게 아니라 의료인이 내가 만약 아팠다면, 내 아이가 아팠다면..’ 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몇 년 전 보았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처럼 빙봉이 슬퍼할 때 위로 한건 즐거움(조이)이 아닌 같은 슬픔(새드니스)이었다. 그처럼 공감이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알고 같은 감정을 나누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감이라는 감정은 강요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경험과 자신이 그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때 비로소 나올 수 있다. 결국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그들과 동행하는 진정한 공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도 배울게 많고 부족한 것이 많은 나에게 이젠 진정성 있는 공감이라는 것은 환자들과 소통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되어간다.

우리의 미래는 알파고 처럼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언론에서는 말하기도 한다. 알파고의 다양한 데이터를 통한 뛰어난 분석은 인간이 뛰어 넘기 힘들 것이다. 반면, 우리의 마음,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능력은 아직 우리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지 않을까? 나는 이번 공감 동행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다시금 큰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알파고처럼 완벽하게 일하지는 못해도 이런 특별한 선물을 환자들에게 나눠준다면 전 세계 어느 병원도 갖고 있지 않는 선물을 나눠주는 병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행복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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