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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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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으로 대하면...


 입사 후 이동 한번 없이 소아청소년과 입원병동에서만 10여 년을 있다가 20123월 외래로 이동하여 근무를 하고 있다. 벌써 4년이 훌쩍 지났고 어느 정도 일은 익숙해 졌다. 하지만 보호자들의 거친 말들과 지극히 이기적이고 이해되지 않는 요구들은 아직까지도 적응되지 않고 마음이 힘들다. 문제 환자, 블랙 컨슈머, 진상 등등 이들을 부르는 이름은 많지만 우리에겐 모두 기피대상이다.

나는 소아청소년과 운영간호사여서 우리과와 관련 있는 기피대상환자 대부분을 잘 알고 있고 나름 관리를 하고 있다.

며칠 전 점심식사를 마치고 외래로 기분 좋게 돌아왔을 때 외래 간호사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외래 신입후배 간호사가 내 책상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고 상기된 얼굴로 어머니가 먼저 소리지르셨잖아요.”라고 말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는 모습이었다. 일단 그 간호사에게 무슨 일 인지 어떤 사유로 이렇게 상기되었는지 확인하였다. 환자 이름을 들으니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기피환자였다. 신입간호사와의 통화 중에 그 보호자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욕설과 막말을 하였고 신입간호사 역시 조금은 미숙한 보호자응대로 같이 화를 냈었다고 했다. 그 어머니는 오후 진료 때 직접 찾아와 방금 통화한 간호사의 사과를 받겠다는 연락을 전화예약실을 통해 전해왔다. 오후 동안 간호사실은 술렁였다. 사원들과 간호사들은 이런 사람들은 진료를 받지 말아야 해요.” “ 진짜 못됐어” “절대 지면 안돼요 선생님 이번 기회에 우리도 할말은 해요.”라고 하며 나에게 우리과를 대표하여 강하게 항의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사원과 동료 간호사를 옹호해 줘야 하는 입장과 고객만족간의 갈등이었다. 선임선배간호사와 상의 후에 고객상담실에 연락을 하여 응대 방법에 대해 여쭤봤지만 전화를 받은 간호사와 함께 정중히 사과를 드리라는 답변밖에 없었다. 그 신입간호사는 사과할 의향은 없는 상태였고 씩씩대며..고소를 할거라며.. 화난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고민 후에 파트장님께서 외래에 처음 왔을 때 일러주신 불만고객 응대상황에 사원이나 후배간호사를 앞으로 나가게 하여 사과하지 말고 운영간호사나 선임간호사가 대신하여 조용한 다른 공간으로 가서 사과하는 방법을 택하라고 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일단 접수에 있었던 후배 간호사를 간호사실로 들어가 있도록 하였고 그 보호자가 왔을 때 먼저 맞이하였다. 어머니를 옆에서 1:1 응대 및 내 소개와 병원오시는 동안 맘이 불편하셨죠.” small talk를 이어가며 진료를 바로 마칠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진료를 마치자 어머니는 본격적으로 점심에 있었던 전화상담 간호사 이야기를 쏟아낼 참 이였다.

대합실에는 다른 환자, 보호자들도 많이 있던 참이라 선임간호사 선배에게 간호사실을 맡기고 어머니의 팔짱을 끼고 날씨가 추운 데 따뜻한 차 한잔 하러 가자고 아띠제 커피숍으로 향했다. 따뜻한 자몽티를 손에 쥐고 한산한 대합실 의자에 앉아 천천히 어머니가 편히 말씀 하실 수 있도록 충분히 들어드리고 전화응대태도에 대해서는 사과드렸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소리지르고 욕설과 막말에 후배간호사도 힘들어 했다는 내용을 정중히 전했다. 어머니께서도 그 점은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며 내가 물리학을 전공했고 연구원이다 보니 성격이 깐깐하고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열심히 경청을 하고 보호자의 마음과, 직업에 대한 궁금점을 물어보면서 어쩌면 친한 선후배 사이처럼 얘기를 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매뉴얼대로 사과드리는 것 보다 진심을 가지고 다가가서 얘기를 하니 그렇게 무섭게 느꼈던 보호자도 친한 사회선배처럼 편안하게 말할 수가 있었고 그 진심이 느껴졌는지 우리가 어렵다고만 느꼈던 보호자가 편하게 들어주고 고마워하고 미안해 하는 게 느껴졌다.

그사이 외래 간호사실에서는 선배 선임간호사가 전화 응대했던 후배 간호사에게 우리를 보호할 방법은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 우리는 진료거부를 할 수 없으니 보호자와 싸워서 이긴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는 점을 얘기하고 감정을 풀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이후 그 보호자와는 나는 카톡 메세지를 교환할 만큼 친하다면 친한(?) 사이가 되었다. 문제환자라고 부르는 이들이 우리가 문제환자라고 부르고, 지레 걱정하여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응대해서 더 문제환자가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그들과 대화할 때면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떨리지만 진심을 느끼게 얘기해 드리면 진심을 못 느낄 환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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