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찾아온 희망의 응급실
어느 날 밤늦게 사촌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암환자인 형부가 위독해서 우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다고 했다.
도울 방법은 없었지만 언니에게 위안이 되고 싶어서 응급실로 바로 달려갔다.
장 천공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가 온 것이다.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고 응급 CT 검사가 예정되었다.
여러 개의 수액이 긴급하게 주입되었고 서너 명의 의료진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긴급한 상황 속 에서 응급실 의사는 사촌 언니에게 환자가 사망 가능성이 높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였으며, 생명연장치료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언니와 나는 서로 손을 마주잡고 있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동안 보아 왔던 보호자들처럼 응급실 구석에서 형부가 회복되길 기도하면서 기다렸다.
응급실에서 형부의 치료과정을 보면서 간호사인 나는 새삼 감동과 충격을 느꼈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는 수많은 의료진들이 일사불란하게 환자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순간에 빛을 발하는 그들의 헌신과 능숙함이 어찌나 눈물겹던지. 보고 있자니 울컥 뜨거운 뭔가가 올라왔다.
시간 단축이 곧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실이라 매일 매일이, 또 매 순간 긴장 상태 일 텐데 그들의 사명감과 프로의식이 그리고 내 가족과 같은 마음이 그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아닐까 싶었다.
응급 수술을 받은 후 기적적으로 형부는 회복되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우연히 그날 밤 응급실에서 근무했던 간호사와 언니가 병동에서 마주쳤다.
간호사는 언니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시며, “얼굴을 또 뵙네요. 환자분이 잘 회복되고 있으신가 봐요? "
라고 하였다.
언니가 놀라서 “저를 어떻게 기억하세요?”하고 묻자, 그 간호사는 “위급했던 환자의 모습과 보호자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요.”라고 대답하였다.
그 일은 제게 큰 감명으로 다가왔다. 환자를 살리려던 순간의 절박함이 그 분에게 선명한 기억을 남긴 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 진심과 절박함, 사명감으로 저희 형부의 생명을 구하신, 또한 지금도 여러 환자들의 생명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응급실 의료진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내 자신 또한 간호사란 직업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