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 소아과 외래는 다른 수요일 오후처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검사를 예약하려는 분들, 예약 없이 소아과를 찾아와 진료를 보게 해달라고 하는 분들... CBC 검사결과를 체크하려는 분들...그 와중에 전화기는 계속 울려 대고 평소처럼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전화를 받았는데, 소아외과 000 교수님 환아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환아는 5세된 여아로 림프관종 진단하에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였다. “우리 아이가 얼굴과 턱 부위가 많이 부어서 교수님 진료를 빨리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첫째아이가 항암 치료를 받다가 며칠 전 하늘나라로 갔어요. 여기 부산이라 금방 갈 수도 없고 정신이 없네요... 어떻게 하죠? 제발 도와주세요” 엄마의 거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가슴 한편이 찡해 왔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으로 첫째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정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엄마에게 최대한 도와 주겠노라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 첫째 아이를 잃었지만 힘내서 동생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게 하자고.... 진심으로 그 엄마를 위로 했다. 부산에서 오기가 힘들고 또 경황도 없는 상황이어서 우선 환아의 부은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서 메일로 보내도록 했다. 000 교수님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상의 후 전화 드리겠다고... 곧 사진이 메일로 도착했고 나는 000 교수님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고 상의를 드렸다. 교수님은 사진을 보더니 피시바닐 주입을 빨리 해야 하니 나에게 가능한 빨리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우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피시바닐 주입을 빨리 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서울에 올수 있는 날을 물어 보았다. 가능한 제일 빠른 날로 수술 스케줄을 잡았다. 그 다음 문제는 피시바닐 약물을 사는 것이었다. 피시바닐은 희귀약품 센터를 통해서만 구입 할 수 있고 필요한 서류도 동의서, 진단서, 처방전 등 구입 과정이 다소 복잡한 약물이다. 보호자가 병원에 와서 서류 등을 챙겨야 하지만 부산이라, 또 큰아이 일 등등 오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엄마를 대신해서 서류 대행 업무를 해서 약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엄마를 대신해서 서류를 챙기는 과정이 시간도 들고 번거로운 면도 있었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인 그 가족을 돕고 싶었기에 나는 기꺼이 그 일을 대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술 전 검사도 근처 가까운 병원에서 하고 결과를 팩스로 받아서 의무기록 스캔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며칠 뒤 그 환아가 피시바닐 시술을 받는 날이었다. 그 환아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와서 너무 힘들 때 잘 도와 주셔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다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셨다.
나는 가끔씩 생각한다.<내가 하는 일! 이거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을까? >
나 또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때문에 엄마의 마음을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헤아릴 수 있는 것 같다. 소아과 업무 특성상 환아와 환아의 보호자를 만나고 이해 하는데 엄마의 마음으로 다가 간다면 나는 나의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나를 찾는 분들에게 엄마의 마음으로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