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서 자랑스러웠던 순간
저는 올해 임상 경력 21년차 서울대 병원 간호사입니다.
제 마음속에 간호사로서 자랑스러웠던 순간에 대해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평생 간호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준 일이였습니다.
병원 식당에서 응급실 간호사 후배 두 명과 데이 근무 중 점심 식사를 하던 중이였습니다.
갑자기 저쪽에서 비명 소리와 “누구 좀 도와주세요!”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응급실에 있으면, 사람이 부르는 소리로 응급과 비응급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기는데, 그 목소리는 초응급에 가까웠습니다.
후배 두 명과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가 봤더니 병원 외래에 왔다 식사를 하던 환자분이 갑자기 의자에 앉은 채로 파랗게 질린 채로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동료 후배들과 함께 환자를 바닥에 반듯하게 눕히고 평소 교육받은대로 호흡과 맥박을 체크한 후 심장 맛사지를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주변에 많이 모여들어 보고 있었고, 그 중에는 의사들도 있었지만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나는 후배 동료에게 응급실에 연락해달라고 요청 지원을 하면서 계속 심폐소생술을 하였고, 30번 3cycle을 하던 중 ROSC가 체크 되었고, 환자 손가락 발가락에 cyanosis가 없어지면서 움찔거림이 있었고, 때마침 응급실에서 온 침대로 환자분은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응급실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식당을 떠나 응급실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아직 긴장감이 남아 있었지만, 어느 장군이 나라를 구한 것만큼 제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며칠 후 그 모습을 지켜봤던 홍보팀 선생님과 심폐소생술을 지켜만 봤던 의사가 병원 식당 바닥에서 환자를 살린 간호사로 추천을 해주셔서 표창장도 받게 되었는데요, 그 순간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하는 자랑스러웠던 순간 이였습니다.
식당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던 중 들린 목소리 중에 “그냥 환자 놔두세요”라고 하는 의사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환자 살리고 온 후 들리는 목소리에도, “환자가 살았으니 망정이지 잘 못됐음 너가 다 뒤집어 쓴다.” 하는 목소리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저는 또 다시 심장 맛사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 이 기분은 해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값진 보람과 희열이니까요.
제가 임상을 떠나 퇴임을 하는 순간에도 누군가 저에게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때도 이 얘기를 할 것이고, 욕심이라면 그 안에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더욱 행운인거구요.
며칠 전 환자분이 질문을 하더라구요. “이렇게 끔찍한 것만 보고... 간호사 힘들지요?” 라고 묻은 말에 저는 자연스럽게 대답을 하게 되더라구요.
“간호사가 얼마나 하면 할수록 매력 있는 직업인데요.” 이게 21년 임상 간호사의 대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