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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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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체험수기

환자를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체험수기



혹시 부모님이 아프시면 어떡하지?

대학생 때 병원으로 간호실습을 나가면서 많은 간병인과 환자를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비위관, 소위 말하는 콧줄로 식사를 진행하는 환자와 간병인을 보게 되었고 간병인은 가족처럼 환자를 정성어린 손길로 돌봐주었다. 아침식사 전에는 항상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곤 했는데, 그 과정에서 비위관이 한 뼘 정도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간병인은 대수롭지 않게 비위관을 다시 밀어 넣더니 고정시켰다. 물론 식사 시작 전에 비위관 위치를 확인하겠지만, 밀려나온 비위관을 아무렇지 않게 다시 넣는 간병인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혹시라도 비위관 위치가 잘못 되어 폐로 잘못 들어갔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나는 바로 담당간호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비위관 위치를 확인하고 간병인을 교육하는 것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이밖에도 할머니의 욕창 부위 드레싱이 떨어지자 보호자였던 할아버지가 휴지를 말아 넣어 상처부위에 휴지가 들러붙은 경우, 간병인이 가래를 뽑는 과정에서 적정 압력을 훨씬 넘어서는 경우 등 잘못된 돌봄 행위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많은 보호자, 간병인들이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바로 옆에서 간병을 해주고 있었지만 조금은 부족한 의학지식과 전문성 때문에 오히려 환자가 위험에 노출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먼 훗날 혹시라도 나의 부모님이, 나의 가까운 친인척이 간병을 필요로 하게 될 경우 선뜻 간병인의 도움을 받거나 경제 활동을 그만 두고 부모님을 돌 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제는 조금 답이 보인다

인하대병원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입원교육을 하면서 항상 하는 말이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시행 된지 벌써 1년이 넘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처음 오시는 분들은 저희 어머님이 걷기가 힘드셔서 식판 내놓기도 힘들어서요.’, ‘화장실 가실 때 부축이 필요하셔서.’ 혹은 가래가 많아서 전에 있던 병원에서도 간병인을 계속 썼었거든요.’ 등 많은 이유로 재차 확인하신다. 하지만 간호사 인력이 늘고 간호조무사 인력이 추가되면서 다 드신 식판 수거하기나 화장실 부축 등 사소한 돌봄부터 가래 뽑기, 비위관 식사 등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간호까지 환자에게 간호사가 직접간호를 수행하기가 수월해졌다.

 

그래도 가끔은 보호자가 그립다

보호자와 간병인이 줄고 그 역할을 간호사가 하게 되면서 사소하게 챙겨야 할 일들이 훨씬 늘어 힘든 점도 사실 많다. 그 중 가장 힘든 것은 다름 아닌 기저귀 갈기이다. 가끔 속이 안 좋은 날엔 내 똥냄새도 맡기 힘든데, 세상에 남의 똥을 싫은 내색 없이 치워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소화기내과 병동 특성상 치료적 관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해야 하는 환자들이 있어 매번 관장시간에 맞춰 물똥기저귀를 갈 때면 관장을 많이 안하는 병동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또한, 어느 날은 기저귀배뇨를 하는 환자 기저귀를 갈변서 엉덩이 바깥쪽에 새끼손톱만한 수포가 하나 새로 생긴 것을 확인했다. 수포가 터지지 않도록 정성껏 드레싱도 챙기고 상처전문 간호사 도움 받아 가면서 수시로 관찰도 했는데 며칠 만에 면회 온 보호자들은 간호사가 기저귀 갈면서 손톱으로 긁어서 생긴 상처가 아니냐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 감염 될 까봐 손도 더 자주 씻고 장갑도 신경 써서 착용했는데 내 손톱 때문에 상처가 났다고 화를 내니 너무 억울했다. 물론 없던 상처가 생겨서 속상한 보호자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섬망도 있고 체위변경도 힘든 환자의 기저귀를 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게 교환했는데 이런 오해를 받아야하나 싶은 마음에 속상했다. 한번이라도 우리가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모습을 옆에서 봤더라면 최소한 손톱으로 긁었다는 오해는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어떤 환자는 항상 제때 비위관 식사를 해왔는데 그날따라 일이 바빠 10 분정도 늦어졌을 때 보호자가 면회를 와서 왜 이렇게 밥을 늦게 연결해주냐‘, ‘평소에도 이렇게 방치 해두냐부터 시작해서 가래가 많아 근무동안 4번 정도 뽑아주고 가래통이 많이 차서 소독된 새로운 통으로 교체했는데, 가래통이 빈 것만 보고 가래가 이렇게 많은데 왜 가래를 한 번도 뽑아주지 않았냐!‘ 라고 화를 내시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환자에게 하는 모든 처치를 보호자가 보기 힘들고 면회 오셨을 때 잠깐 아주 일부만 보게 된다. 보호자분들이 환자 옆에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오해들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했고, 특히 의사소통이 힘든 환자일수록 이런 일이 잦았다. 가끔은 억울한 마음에 차라리 보호자가 옆에서 항상 상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 일 속에 얻은 지혜

앞서 말한 기저귀 갈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얻는 것도 많았다. 대변색이 평소와 다르게 검은 색이라 확인해보니 혈변을 봤거나 묽은 변을 계속 보는 환자가 있어 검사해봤더니 CDAD 격리를 해야 한다던지 등 단순히 대변 양상을 관찰하는 것은 환자의 중요한 정보였다. 또한 식사보조를 통해서 흡인의 위험성이 높은 할머니가 식사도중 계속해서 기침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결국 비위관을 삽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본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궁무진했고, 그로인해 환자의 작은 변화를 조금이라도 빨리 확인하고 그에 따른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또한 보호자 상주가 제한 됨으로 인해 보호자와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많이 줄어 들었다. 유치 도뇨관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주치의가 회진하면서 유지도뇨관을 빼자고 했더니 보호자는 환자가 몸도 무겁고 혼자 체위변경도 힘들다며 강력하게 거부했다. 치료적인 이유로 며칠 동안 금식 하던 환자가 갑자기 얼굴이 시뻘개 질정도로 기침을 심하게 하고 산소포화도도 떨어져 상황을 알아보니 보호자가 음식을 환자에게 준적도 있었다. 환자가 너무 오랫동안 금식을 하고 있어서 힘들어 보인다는 이유로 거봉을 하나 줬고, 환자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거봉을 삼키려다 흡인된 것이다. 천만다행히도 환자가 스스로 기침을 크게 할 수 있어서 거봉을 뱉어냈기에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았다. 빠른 치료를 위해서 금식을 꼭 해야 하는 이유와 누워서 음식을 먹게 되면 흡인의 위험성이 커지고 흡인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처럼 단순히 환자만을 생각해서, 혹은 보호자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결국은 환자의 치료에 방해가 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한다고 해서 이런 일들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종종 비협조적인 보호자와 갈등 상황을 경험하고 이로 인해 심리적 소진도 크다.

보호자와 관계 만들기

우리 엄마 치료는 어떻게 되어가나요?‘, ’동생 퇴원은 언제 할 수 있어요?‘ 일을 하면서 면회 오는 보호자들에게 받는 가장 많은 질문들이 바로 환자의 치료과정에 대한 것이다. 특히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상주 보호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들이 더 늘어났다. 상주하는 주 보호자가 있는 경우는 주치의의 회진내용과 약에 대한 간호사의 설명을 그때그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보호자들이 면회 왔을 때 어느 정도 전달이 가능하지만 주 보호자가 없으면 전적인 내용을 모두 간호사에게 묻게 된다. 업무량이 많아 밀려있거나, 같은 내용을 몇 번씩 각기 다른 보호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말해야 할 때는 분명 힘든 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호사가 먼저 주보호자에게 연락하여 환자에게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안심문자‘ ’안심전화를 통해 알려주어 다른 보호자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어 간호사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고 있다. 주치의가 회진 시 황달이 지속되면 관을 넣어 배액 하는 방법도 있고 아직까지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을 한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환자는 주치의가 관을 넣자고 했다고 잘못 이해하고 자녀들에게 유선으로 잘못 전달 한 적이 있다. 놀란 가족들에게 담당 간호사는 황달 수치부터 알려주면서 관을 넣는 것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아직 그 정도가 아니라고 설명했고 주치의 회진 내용도 정확하게 전달하여 보호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 할 수 있었다.

감염전파를 최소화 하기 위해 !!

병동 내에는 접촉감염, 비말감염 등의 질환으로 격리 병실이 최소 3개 이상은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감염예방에 더욱 신경 쓰면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면회객들에 의해서 우리의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병실 문 앞에 분명히 접촉격리 임을 표시하는 푯말이 끼워져 있고, 들어가기 전 간호사에게 문의하라고 쓰여 있지만 몇몇 면회객들은 이를 보지 못한 채 아무런 보호 장구 없이 병실로 들어가곤 한다. 뒤늦게 발견하고 교육해보지만 이미 환자와 접촉하고 난 뒤이다. 이보다 더 찝찝한 일은 다재내성균이 나온 환자들이다. 다재내성균을 가진 환자는 다인실에서 코오트 격리하기 때문에 우리끼리 인계해서 가장 마지막에 처치하고 처치 후 혈압계 커프 소독하기 등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일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보호자들이 있게 될 경우 무용지물이다. 일단 다인실에 있기 때문에 접촉격리에 대한 인식이 격리병실을 쓰는 경우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환자를 접촉한 손으로 과일을 깎아먹고 옆에 있는 다른 환자에게도 깎은 과일을 나눠주기도 한다.

병실에 상주하는 사람이 적고, 감염질환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의료진이 환자를 대할수록 병원 내에서 일어나는 감염전파를 막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단순한 간호제공자가 아닌 정서적 지지자로

간호인력 확대로 담당하는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한 환자를 보는 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단순히 간호만을 위한 대화가 아닌 개인적인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영양제를 하나 연결하더라도 자꾸 식사 못하시고 토하시니까 영양제 처방이 나서 달아드려요. 근데 할머니! 이거 10개 맞는 것보다 죽 한 숟가락 더 드시는 게 훨씬 좋아요! 그러니까 이따가 저녁때는 무리하지는 마시고 조금씩 천천히 드셔보세요.“ 하고 말 한마디 더 건넬 여유가 생겼고 나를 딸처럼 여겨주시는 환자들도 많아졌다. 식사를 잘 못해서 영양제를 맞던 할머니는 내과치료가 끝난 후 고관절 수술을 위해 정형외과로 전과되었고 다른 병동으로 가시게 되었다. 전출 가시는 길에 나는 할머니의 두 손을 붙잡고 수술 꼭 잘 받으시고 건강하게 걸어서 또 뵈어여 우리!‘ 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다른 환자분들로 내 머릿속이 가득 채워져 갈 무렵 그 할머니가 내가 일하는 병동에 찿아오셨다. 아직은 휠체어를 타고 계셨지만 확실히 몸상태는 좋아보였다. 수술 끝나고 조금 통증도 가시니까 우리가 보고 싶어서 오셨다는 그 말에 마음이 뭉클했다.

이 밖에도 얘기할 시간이 늘면서 환자와 라포형성이 잘 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부인과 이혼 후 오직 딸만이 간간히 연락이 된다는 환자가 있었다. 그마저도 딸과의 연락이 자주 되지는 않아 적적해 하셨지만 간간히 면회를 와주었다. 하지만 입원기간이 점점 길어질 무렵 딸과의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우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저 등을 한번 쓸어드리며 위로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환자를 처음 보는 다른 간호사가 그 환자에 대해 말하면서 이유 없이 자꾸 우신다며 알코올성 섬망이 다시 오는 것 같다며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섬망 때문이라기보다는 유일하게 연락되던 가족인 딸과의 연락마저 두절되어 우시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렇듯 환자 개인의 사소한 일도 알게 되면 그만큼 더 세심한 간호가 가능 하고, 단순히 간호를 제공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정서적 지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은 환자의 빠른 치유에 도움이 된다

요즘 병실 라운딩을 돌면서 환자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환자를 더 알아가는 즐거움이 생겼다. 허리가 아픈 환자의 등과 허리를 쓰다듬어 주며 대화를 하면서 충분히 사정이 가능하고, 생애 첫 암 진단으로 우울한 환자의 손을 잡아주며 하루빨리 통증조절이 되어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정서적 지지를 제공 할 수 있다. 이처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장 큰 장점은 환자를 볼 수 있는 직접간호의 시간이 늘었고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한 앞서 말한 전문적인 간호제공, 의료진과 보호자간의 오해 줄이기, 병원 내 감염전파 예방뿐만 아니라 병실 내 환경정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더욱더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병문안의 문화가 개선된다면 결국은 환자의 빠른 치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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