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외과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사실 저는 내과병동에서 근무를 하다, 임종에 대한 저의 마음이 그저 업무로 인식되는 걸 느끼고 난 후 간호사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제 자신에게도 많이 실망하게 되어 1년간의 휴직 기간을 가진 후 외과병동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간호사가 처음 되던 날의 다짐이나 포부를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 힘들었고, 모든 질병의 완치를 병동에서 본다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곧잘 걸어 다니고, 밝게 웃는 외과병동 환자들을 보면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지금 외과병동에서 일한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거의 모든 환자들이 암이라는 질병을 진단 받고, 그중에서도 희박한 확률로 수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입원을 하게 되는데 일을 하다 보면 ‘아 저 상황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되는 분들이 계셔요.
이미 전이가 되었지만, 첫 번째 수술을 위해 입원하시는 분들. 많이 떨리고 긴장되지만 잘 될거라 주문을 외며 간호사에게 잘 되겠지요 애써 웃으며 확인하는 수술 전날 밤 환자들의 모습을 보며 어느곳에 일 하건 나의 임무는 가볍지 아니하고 여느 직장인과는 다른 사명감 같은걸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깨닫고 있지요.
입사한지 어느덧 9년, 20대 초반의 상황과는 많이 달라진 저의 삶이 이러한 저의 가치관을 더 바꿔놓았을 수도 있죠. 부모님도 이제 한두군데 아픈 곳이 생기고, 친인척들의 임종도 곁에서 지켜보게 되었으며 친구 부모님들의 건강도 늘 염원하게 되었으니까요.
과연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인드는 어느 정도의 희생과 신념일지 늘 두렵고 그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조금 더 공감하고 함께 아파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늘 어렵지만, 그리고 물론 그것만으로 병원에서 훌륭한 간호사로 평가받기는 힘들겠지만 우리 늘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만으로도, 환자에게는 이미 큰 위로가 될거라 생각하며 오늘도 출근길에 오릅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아픈 사람들에게 미소와 용기를 복돋아 주고 계신 간호사 여러분, 늘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있기에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