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영등포역 뒷골목에는 광야라는 파란색 낡은 간판이 걸려있다. 그 간판을 따라 내려가면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나온다. 벽 한 켠에는 생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 접다 만 쇼핑백들이 가득
쌓여있다. 교회라고 하기에는 비좁고 낡은 이 공간이 바로 광야교회이다. 이곳은 가장 낮은곳에
위치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쉼터같은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노숙인과 쪽방촌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봉사가 행해지고 있다. 소아과 의사이신 전명배 집사님과 김한식 집사님을 필두로 이뤄지고
있는 사역으로, 간단한 진료와 함께 영양제를 주사하는 일이다.
오후 2시, 우리의 사역에 하나님께서 동행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드리고, 광야교회로 이동
하였다. 삶의 고단함이 짙게 묻어있는 어르신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계셨다. 우리들을 바라보는
표정 속에서 반가움과 기대감이 느껴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리고 영양제 한 병일 뿐이지만, 이것들을 통해서 어르신들이 하나님을 느끼실 수 있기를 기도드렸다. 동행한 이재준 간호사와 함께 어르신들의 혈압을 재고, 영양제를 주사하였다. 전명배 선생님은 아픈 어르신들의 증상을 문진하고 진료하셨다. 평소 의료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시던 어르신들은, 궁금하던 의료지식에 대해 물어보시며 영양제 한 병에도 행복해하셨다. 말수가 적고 굳은 표정이던 어르신까지도 우리들의 손을 꼭 잡으며 고마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손 끝에서 느꼈다. 항상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만 만나오던 나이기에,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 들었다. 병원이 아닌 교회에서, 환자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대상자들을 만나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았던 것 뿐, 그것은 기분 좋은 낯섦이었다. 병원에서처럼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었고, 환자와 간호사라는 정해진 역할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었다. 우리 사역팀은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고, 어르신들은 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가 감사함으로 행복해하는 이 모습은, 직접 보지 않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주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말씀은 디모데후서 2장 15절 말씀이다.
너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여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
간호사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멋진 직업이다. 그 영향력을 병원에만 한정짓지 않고, 지역사회로 더 넓게 뻗어나가 쓰임 받는 일꾼이 된다면, 모두가 병원에서 느꼈던 보람감과는 또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