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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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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느껴지는 것들~

멈추면, 비로소 느껴지는 것들~ 

 


근무 끝나고 올해 1004 day 행사로 서로에게 세족례를 하겠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여러분들 한분씩을 해드렸고, 올해는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행사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UM선생님의 청천벽력 같은 말씀에,

세족례? 뭐야~발을 닦아준다고... ? 아니 오늘? 지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말도 안돼~?! 누가 누구를 닦아준다고? 뭘 이런 걸 하는 거야~진짜로

하지만 생각도 잠시 이미 핑크색 대야 두 개는 가지런히 내 눈앞에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고,

발 빠른 선배들은 익숙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바쁘게 근무하느라 땀도 나고 구리한 냄새도 나는 나의 하찮은 발을 누군가 닦아준다는 것이 정말 상상만으로도 창피하고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세족식이란, 예수님께서 12제자와 함께 최후의 만찬장에서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는 것에서 유래되어 섬김의 의미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발을 닦아주는 좋은 의미의 전례라지만, 누군가에겐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그리고 당하고 싶지 않은 의미도 되건만... 어찌 이런 상황이 나에게 생겼단 말인가, 이제 6개월차로 접어드는 신규 간호사인 나에겐 소심한 발언조차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생각이나 마음의 정리 할 틈도 없이 나는 반 강제적으로 선배들에게 붙잡혀 의자에 앉혀졌고, 양말까지 벗기려는 선배의 행동에 극구 사양하며, 내 스스로가 조용히 재빠르게 양말을 벗고 대야에 발을 담궜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눈을 감자, 차라리 안 보면 낫겠지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따뜻한 물의 온도 때문일까? 하루의 피로가 가시는 것 같았고 언제나 엄하셨던 선배가 조금의 거리낌 없이 발을 닦아주는 모습에 적지 않은 놀라움과 감동을 받았다. 매일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없던 병동에서 이런 시간을 갖고 있자니 짧지만 비로소 내 안을 들여다보고 느낄 수 있는 오묘한 시간이 생겼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막연하게 그냥 간호사의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을 위한 희생과 사랑, 봉사의 마음이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의 본질이라 정하였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내가 꿈꾸는 삶의 가치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난 지금 꿈에 그리던 백의의 천사라는 또 다른 멋진 나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초심을 잃지 않는 간호사가 되어야지!’

다짐하였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아직 간호사라고 하기엔 너무 많이 부족한 나를 느꼈고, 몸도 머리도 생각처럼 잘 움직여서 따라와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가중되는 업무와 환자에 치이며 한없이 나약해져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언제나 밝고 친절한 간호사가 되겠다는 초심은 이미 길을 잃었고, 마치 기계와 같다는 생각이 깊어가는 나의 보잘 것 없는 모습만이 남아있는 지금 내가 그려왔던 모습은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으로 요즘 마음이 무거울 때 였다. “ 오늘 혜정이 고생 많이 했구나? ” 라며 날 힘들게만 할 줄 알았던 선배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고, 이 선배도 나처럼 이럴때가 있었겠지? 하며 괜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기분 좋은 같은 편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난 지금까지 일하면서 환자를 질병으로 보지는 않았나? 환자가 어떠한 요구를 하였을 때 미루지는 않았는가? 나의 삶의 본질인 사랑과 봉사, 희생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등등 소소한 생각들이 스쳐갔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하나의 행사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에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따뜻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진정한 내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난 발만 담궜을 뿐인데 선배의 정감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사함에 내 가슴도 덩달아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전이재발3병동에서 간호사가 된지 어느덧 반년이란 시간이 가까워 온다. 이번 세족례를 통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잡아 다시 예전에 꿈꾸던 초심을 잃지 않는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감사합니다. 오늘 이 행사에 저를 초대 해 주셔서 그리고 나약해져 가던 저를 강함으로 다시 일어 설수 있게 해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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