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매서운 추위가 하루하루를 얼어붙이던 기세를 한 풀 꺾어 따뜻한 기운이 고개를 내비치던 3월 경이였다. 지난해가 끝나기 직전 입사한 나는 처음 경험하는 대학병원에, 외래간호업무에 조금씩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이전에는 병동에서 근무하여 입원 환자들만 간호하다가 외래간호를 시행하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환자에, 많은 환자수에, 문의 및 항의 전화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스트레스는 모든 간호사가 겪는 기본적인 고충 중에 하나인 "아가씨!" 라고 부르는 이 `호칭`이였다. 물론 병동에서도 이런 문제는 있었지만 외래에서보다는 지속적으로 마주치고 대화할 수 있어 설명하면 제대로 불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그렇지만 단시간에 진료를 보고 돌아가는 외래의 특성 상 `저기요`, `아가씨` 등 제대로 간호사라고 불러주지 않는 환자 및 보호자도 종종 있었고 간호사라고 호칭해주어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간혹 있었다.
이 날도 오전 첫 진료부터 어느 환자A에게 팔을 꼬집히고 무시하는 듯한 환자의 말에 상처받은 상태로 진료 전 후 환자안내를 이어가던 중이였다. 다른 B환자가 진료를 보고 난 후 차분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간호사 선생님, 힘들어 보여요. 기운내세요!" 라고 말하는데 순간 처음에 A환자와 있었던 상황과, 근무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갔고 B환자의 말한마디에 위로받는 느낌이였다. 알고 보니 오전에 일찍 내원하였으나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던 중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보았던 모양이였다. B환자의 말로는 A환자가 돌아 간 후 내가 힘든 표정으로 왔다갔다하면서 간간히 한숨쉬는 모습이였다고 했다. 그래서 진료받고 나오면 꼭 기운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하던 B환자의 그 말 한마디에 큰 위로와 감동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우리 간호사들 모두 어느 분야에 있던 환자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은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 것을 환자가 알아주는 것 만큼 일하면서 뿌듯하고 기쁜일이 없는데, 이를 표현해준다면 얼마나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간호사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호칭하나에, `기운내세요`,`힘내세요` 라는 말 한마디로 우리가 힘들게 일하고 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졌던 사소하지만 값진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이렇게 글을 써본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그 당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었던 환자에게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