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소녀의 응원
주사실에서는 입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신 환자분들이 장기적으로 항생제 치료를 하곤 한다.
보통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간 치료를 하다 보니 하루 이틀 얼굴이 익다보면 사소한 농담이나
안부가 오고 가곤하는데 나는 특히나 젊은 여자환자분들과의 대화가 재미있다.
젊은 여자분들은 누구나 싫어하고 아파하는 주사를 귀엽게 감당해주시기 때문이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는 반대쪽으로 돌리고, 온몸에는 긴장이 팍! 들어가있는 상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곤 한다.
유난히 가녀린 몸을 가진 이 여학생은 통증을 몸으로 표현하는 환자분들중 한사람이었다.
“○○○님”을 호명하며 나는 여느때와 같이 카트를 끌고 환자에게 다가갔다.
오늘도 아파할 환자분을 위해,
“안녕하세요? 준비되셨나요?^^이 주사는 맞아도 맞아도 적응이 안돼죠? 아이고...
이 주사랑도 언젠가는 안녕하는 날이 올거예요. 기운내시고! 몸에 긴장을 좀 풀어볼까요?
심호흡 크게 하세요.”
“후~~” 주사 삽입 후 여학생의 긴 한숨소리다.
오늘 이 환자분의 큰 일 하나는 해낸 샘이다.
어느날 주사실에 환자 접수가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던 날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내원하던 여대생 환자분도 대기 시간이 길어졌었다.
부랴부랴 환자분에게 다가가 “○○○님 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빨리 주사 놔드릴께요.”
“괜찮아요. 오늘 너무 바쁘시네요.. 선생님께서는 식사 하셨어요?
“아직 식사 못했어요. 잠시 후에 여유가 생기면 식사해야죠. ”
“아.. 고생이 많으시네요.”
죄송하다고 수차례 말하는 나에게 괜찮다며 오히려 내 식사를 걱정해주던 여학생이다.
참 마음씨가 착한 분이시네, 라고 혼자 생각하며 환자곁을 떠났다.
우리 주사실은 토요일 근무를 부서원들끼리 돌아가며 근무를 한다.
내 근무가 아니던 토요일날,
여학생은 아무말 없이 주사실 안을 두리번 거리다 주사실 선생님께 “오늘 젊은 여자 선생님 안계세요?
이름은 잘 모르겠고.. 머리 묶은 젊은 선생님인데... 오늘 근무 아니신가요?”
“누구를 말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무슨일 있으세요?”라고 묻자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그러곤 얼마되지 않아 다시 돌아와 “하소진선생님이요. 하소진선생님 안계세요?”
“네, 오늘 근무 아니예요.”
손에 무언가를 쥐곤 아쉬워하는 모습으로 스테이션에 서있는 여학생에게
“무슨일이세요? 하실 말씀있으시면 제가 전해드릴께요.”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자
여학생은 “그럼 이것 좀 선생님께 전해주시겠어요?”
“네 그럴께요” “그럼 부탁드려요.”하고 수줍게 주사실을 떠났다고 한다.
월요일에 출근하여 시니어선생님께 그 말과 함께 작은 메모와 아몬드 봉지를 전해 받았다.
얼마나 수줍어하고 아쉬워 했는지 모른다는 선생님말씀에..
가슴한켠이 너무 따뜻해졌다.
그 쪽지 안에는 ‘간호사 언니 저는 이제 집에서 약 먹으면서 회복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바른 식사 못하시고 일하시는 많은 의료인 파이팅♥’ 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그 감사 편지는 내 탈의실 옷장에 붙여 놓았다.
나는 매일 그 편지를 보며 뿌듯함을 가지고, 더 좋은 간호사가 되리라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