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암환자를 간호하는 간호사입니다.
입사 4년차, 암병동에서 근무하던 때입니다.
어느 날 밤, 카트를 타고 의식이 흐려진 환자가 입원을 했습니다.
급작스런 혈흉 때문에 컨디션이 악화된 환자였습니다.
2주쯤 치료는 계속 되었고, 침대에서만 움직이던 환자는 서서히 기력을 찾아갔습니다.
인계 시간 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환자분을 보았습니다.
2주 만의 첫 외출인 겁니다.
반갑고 다행스런 마음이었습니다.
컨디션이 회복되어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오늘 처음 몸을 움직여 침대 밖으로 나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환자분이 눈시울이 그렁그렁 하더니 결국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2주 만에 처음 거울을 보았고, 거울 속 수척해진 얼굴에 놀라고 서글펐다.
갑작스런 울음에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했습니다.
시아버님이 간암 투병 중이셨던 저는 많은 생각들이 스치면서 함께 눈물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환자분은 이동형 흉관 관리를 위해서 다시 입원하셨습니다.
몰라보게 좋아진 얼굴이었습니다.
보호자분이 저에게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그때 함께 울어준 간호사가 당신을 동감해주는 것 같아 두고두고 고마워했다고..
저에게 감사하단 인사를 대신 해주었습니다.
하루에 한두명의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함께 소진되어가는 나를 지키려고
저는 감정이입을 스스로 자제했습니다.
시아버님의 간호를 하면서,
간호사의 입장이 아닌 보호자의 입장으로 환자를 다시 보기 시작했던 때였습니다.
환자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 작은 동감이 내가 스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간호사라는 제 직업이 사람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지금 저는 하루 400명이 오가는 항암약물치료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병동에서 간호를 할 때보다 더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접촉하는 시간은 짧아지고 있습니다.
바쁜 시간 속에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환자에게 동감하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