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9일이 되었다. 아빠가 돌아가신지...
여든 생신을 한 달여 정도를 남기고 아빠가 수술 후 합병증으로 결국은 중환자실에서 세상을 떠나셨다. 수술 전에 수술을 결심하고, 수술 후 합병증을 염려하여 그리 운동하고, 건강관리를 하라고 권하고, 달래고 했지만, 수술 후 잠깐의 안심을 허락하신 후 너무 힘들게 돌아가셨다.
나는 22년차 간호사다. 내과중환자실에서 십여 년을 근무하고, 현재 외래에서 열심히,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아빠가 내린 수술 결정 및 수술에 관련된 여러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지금도 덤덤하기도 하지만 격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
근무하면서 겪었던 상황 등이 조금은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도 그칠 수 없는 눈물과 슬픔과 아쉬움이 나날이 나아지고 있다고 위로하지만 그러지 않음을 내 스스로 알고 있다. 어떤 경우이든 그 상황에 처해야만 알 수 있는 감정들을 드디어 올 해 겪어내고 있는 것이다.
계속 점점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보면서 숨이 차서 말씀조차도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된 아빠의 약한 의지와 좀 더 적극적으로 응원하지 않았던 내 자신과 의료진에게 너무나도 많은 후회와 원망이 지금에도 남아 괴롭다.
이제는 경력이 어느 정도 되어,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 선생님의 심성이나 신뢰의 정도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고, 간호사의 한마디 한마디도 그냥 하는 말인지, 정말 마음을 담아 하는 말인지 알 수 있어,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기분이 상할 때도 있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는 설명은 잘 한다. 마음을 담지 않은 설명....그리 숨이 찬 환자를 보면서 어떤 어떤 처방이 시행될 것인지는 열심히 설명만 할 뿐, 한번도, 숨이 차서 힘이 드신지 걱정하는 말과 행동은 거의 아빠 곁에 있었던 반나절동안 들어본 적이 없다. 처방만을 설명하고, 시행 할 뿐이다. 수술 직 후 항생제등을 투여하면서 항생제 투여와 관계된 처방설명을 하고, 주사를 줄 뿐이였다. 같은 간호사라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보통 사람이 아닌 아픈 사람을 대해는 방법론적으로 볼 때, 너무 삭막하다는 아쉬움이 너무 강하게 든다. 이러한 상황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한분 한분에게 관심을 더욱 많이 표현하기로 했다. 당연히 질환의 경과와 관계된 질문도 있지만, 그날 입고 오신 의상, 날씨, 컨디션 등등...한분 한분에게 원치 않으시는 분위기라면 거기에 맞는 공감이 갈만한 단순한 대화로 마무리를 하고, 아니시면 자연스러운 이야기 거리로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소통단절의 벽을 허물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정적으로 때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여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비록 병원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느껴서, 그래도 살만한 세상임을 공감하게 하려는 간호사사람의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