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어머님과 함께 네 살배기 딸아이가 얼굴에 혹이 생겨 수술 상담을 위해 성형외과 외래로 내원하였습니다. 진료 후 수술 상담을 해드리는데 어머님은 수술에 대한 걱정과 수술 후 딸아이에게 생길 수 있는 흉터에 대해 자책하며 흐느꼈습니다. 어머님의 사랑이,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지면서 저도 마음 한구석이 짠하였고 어머님을 다독이며 위로해드렸습니다. 2주후 수술을 받고 다시 만난 아이는 얼굴에 약간의 흉터는 남아 있었지만 혹이 없어졌다며 해맑게 웃으며 저에게 막대 사탕 하나를 건네며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한두달이 지난 어느날 어머님이 다른 진료 위해 병원 왔다가 제가 생각나 선물 하나를 준비했다며 “건강하고 이쁜 아기 순산하세요~” 라고 이전에 너무 고마웠다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셨습니다.
오랫동안 욕창 치료를 받기 위해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매번 내원하시는 환자분이 계셨었습니다. 그는 증상이 악화되면 입퇴원을 반복하고 평생 자신과의 싸움을 꿋꿋이 이겨내며 지내셨지만 어떤 날에는 “너무 우울하고 죽고 싶다며”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가족들도 이젠 날 버거워한다며 더 이상 피해주고 싶지 않다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넋두리를 하실 땐 그를 위로하며 이제껏 잘해오셨으니 앞으로도 저희들과 함께 좀 더 힘을 내 끝까지 잘 치료해나가자고 아낌없는 격려를 해드렸었습니다. 그는 살아오면서 상처 받았던 마음을 우리들에게서 위로 받는다며 나의 동료가 병동에서 근무했을 때 반달 눈웃음으로 자신의 대소변까지 받아주며 간호해주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녀의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는 우리들에게도 전해져 마음 따뜻한 간호사들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까다롭고 예민한 special patient 들도 가끔 만나게 되지만 그들이 말하기 전에, 요구하기 전에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 때, 자세히 설명해주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주었을 때 그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어 저를 먼저 찾아주고 저를 신뢰하는 순간 그동안 힘들고 지쳤던 마음이 눈녹듯이 사라졌고 평생 간호사로 열심히 일해 온 제 자신을 쓰담쓰담 해주며 뿌듯해하고 행복했었습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고 아프기에 그들을 향한 세심하고 진심어린 관심, 따뜻한 위로는 또 하나의 간호이며 우리들의 사명일 것입니다.
나의 친절한 말 한마디가, 나의 따뜻한 손길이, 나의 진심어린 눈빛이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을 때 그들에게서 받는 감사의 마음 또한 제 삶을 변화시켰고 모든 일에 감사해하며 간호사로서 그들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난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