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서 10년 이상을 울고 웃으며 지내다 보니 특별히 여러 환자분들이 생각난다.
그 중 대부분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아직도 건재하셔서 한번씩 병원에서 뵙게 되는 분이 있다.
자궁경부암 수술 및 치료 후 추적 관찰중인 이희망(가명, 40대)님이다.
2011년 가을, 병동에서 만났던 이희망님은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한 남자의 아내, 훌륭한 직장여성으로 열정적으로 살아가던 분이셨다.
갑작스럽게 진단 받은 자궁경부암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큰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수술 준비를 위해 입원하신 환자와 가족들은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고, 우리의 첫 만남은 그분의
컴플레인을 듣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은 마음도 주지 않고 형식적인 간호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연히 담당 간호사가 되어 환자분을 오랜 시간 간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우리는 서로 깊은 신뢰를 쌓게 되었다. 당시 환자의 따님은 직장을 휴직하고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었는데, 오랜 시간 어머니 옆을 지키며 간호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병원에 있을 때부터 간호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간호사는 참 좋은 직업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이희망님은 이후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퇴원하셨다. 힘을 내어 길고 긴 항암치료도 받으셨다.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할 때 마다 우리는 얼굴만 봐도 힘이 되고, 말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환자와 간호사가 되었다. 이후 근무지 이동으로 환자분을 직접 간호할 기회는 없었지만, 외래에 올 때마다 내가 일하는 부서까지 오셔서 꼭 근황을 알리고 안부를 묻고 가신다.
방송국에서 방송작가로 잘 나가던 이희망님의 따님은 지금 간호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어머니의 투병생활과 그 시간 중 만난 간호사들을 보며, 같이 간호의 길을 걸어가겠노라 결심했다고 한다. 늦깍이 대학생이지만 꿈이 작은 것은 아니다. 환자들의 몸과 정신까지 돌보는 정신전문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벌써 5년이나 지났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면 이희망님이 생각난다.
조만간 또 밝게 웃으며 만날 날을 기다린다. 언젠가 어엿한 간호사가 된 환자의 따님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에도 부끄럽지 않도록, 나도 처음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