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였음을 기억하며...
2015년 2월.
출근을 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함께 하고 있는 간호사들과 언제까지 이 멤버로 일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하며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쁘게 24시간 돌아가는 병동에서 다함께 모여 찍은 사진이야 당연히 없고, 행사나 생일 파티때 찍은 사진 몇 장씩이 전부였다.
간호사들에게 병동 앨범을 제작하자고 제안하니 다들 좋다고 했다. 바쁜 병동 업무 중 사진을 모으고 편집해서 인터넷 앨범을 의뢰하는 일을 할 사람은 누가 있을까?
아무리 봐도 수간호사인 나밖엔 없었다.
병동 식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짤막하게 써서 보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각자 가지고 있는 사진들을 다 끌어 모아 만든 병동 앨범.
사진이 없는 듯 했지만, 모두가 가지고 있는 사진들을 모으고 생일잔치, 병원 행사, 병동 회식 등의 모습들로 한 권의 앨범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평상시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힘들지만 그래도 좀 더 기운내자는 말이 활자화 되어 모두에게 전해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큰 감동이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 한 권씩을 우리는 나눠 가졌다.
그리고, 2015년 5월.
예상치 않았던 인사이동이 있어 나는 1년 7개월여만에 병동을 떠나게 되었다. 떠나고 돌아보니, 많은 간호사들이 오고 또 떠나가는 병동에서 그 시간에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을 보다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어 감사했던 앨범 제작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살다보면 내 계획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 때가 많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순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더 감사하고 서로를 더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애쓰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