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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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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 비포 유>를 보고

영화 <미 비포 유>를 보고

 

이대목동병원 신경계중환자실

김경혜


최근에 개봉한 영화 <미 비포 유>를 보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부와 명예, 건강한 신체를 가진 촉망 받는 젊은 사업가 윌이 교통사고로 척추 손상을 입고 사지마비가 된 채 살아가는 마지막 6개월의 시간을 다룬다. 여자주인공 루이자는 이 까칠한 사지마비환자의 간병인으로 그를 만나게 되고, 이들은 사랑에 빠진다. 안락사를 결심한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여자 주인공과 불의의 사고로 송두리째 바뀌게 된 자신의 삶을 통해 한번 뿐인 삶을 소중하게 살 것에 대한 남자주인공의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신경계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척추 손상 환자를 수없이 봤기 때문일까, 나에게 남자 주인공이 던지는 메시지가 더 묵직하게 다가왔고, 사고 이후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생생하게 와 닿았다.

신경계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다양한 환자들을 만난다. 중환자실에 오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마음이 아프지만, 특히나 안타까운 경우는 사고로 인해 의식은 온전하지만 몸의 운동능력과 감각을 잃어버린 경우이다. 중환자실이라는 특성 상 사고 직후 급성기의 환자들을 주로 만나게 되는데, 사고 직후라 이 모든 변화를 받아들일 정신도 없고 일시적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급격하게 까칠해지고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척추손상환자는 기분의 변화가 심하다. 다른 환자보다 곱절로 예민하다. 척추손상환자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우리는 ‘spine환자답다.’라는 말로 이를 표현하며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하지만, 의식은 있으나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그 공포는 내가 경험 해 보지 못한 공포이고, 이 것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나는 차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차원의 일이기에, 그 것을 받아주고 묵묵히 지지해주려고 노력한다.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은 사고 이후의 삶은 그가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처참하여 스스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였다. 촉망 받던 젊은 사업가는 하던 일을 그만 두어야 했고,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그는 좋아하는 운동들도 할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정리해야 했고, 뭇 여성들의 시선을 받던 사람이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과 호의가 동정에서부터 유발 된 것만 같아 너무 싫고 불편하다. 밥을 먹여줘야만 먹을 수 있는 그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 외식 하는 것은 딱 질색이고, 가장 좋아했던 파리로의 여행도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 여행을 가면 휠체어 배터리를 걱정해야 하고, 택시는 승차거부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사랑이야기에 외상환자의 삶의 질의 저하와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라는 주제를 결부시켜 조금 더 무거운 메시지를 던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여자주인공의 편에서 남자주인공이 꼭 마음을 돌리기를 바랐다. 그가 지금껏 살아온 삶과는 전혀 다르지만, 그 안에서도 나날의 일상의 즐거움과 기쁨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그가 꼭 마음을 돌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을 2년간 가까이에서 치료하던 재활치료사는 그가 꼭 살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지만, 그 누구도 그의 고통을 겪어보지 못했으므로 그의 결정에 대하여 개입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자 주인공을 두고, 결국에는 안락사라는 길을 택한다. 이는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을 놓아주는 행위이며, 내가 사랑했던 나의 삶을 다시는 누릴 수 없고, 이렇게 사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표현하며 그는 결국 죽음을 선택한다.

내가 만나는 환자들의 개개인의 삶도 이렇게 영화 같이 안타깝고 개인과 그 가족의 삶에 닥친 커다란 비극일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함부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살아서 참 다행이라는 말을 내가 그들에게 가볍게 건네어도 되는걸까. 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말일까. 좋은 영화를 통해 마비환자들과 그 가족의 삶과 고통에 대하여 생각 해 볼 수 있었다. 특히, 마비환자들의 감정과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하여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의 삶은 소중하다. 그 소중한 삶에 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그 지점에 나는 간호사로서 그들의 곁에 서 있다. 갑자기 내 말을 듣지 않는 손과 발에서부터 느껴지는 공포, 손상된 자아상으로부터 오는 괴로움과 고통,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로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이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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