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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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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봉지 어르신

검정봉지 어르신

성바오로 병원 통증클리닉 김난영 간호사

 

올 여름은 정말 무더웠습니다. 통증클리닉에서 근무한지 벌써 10개월째로 이제는 웬만한 일은 손에 익숙해졌고 외래에 적응도 되었습니다.

통증환자들은 젊은 사람보다 어르신들이 주로 많기 때문에 설명도 여러 번 해야 하고 낙상사고에도 주의를 많이 기울여야 하는 노인층을 주로 상대하는 부서입니다. 특히 어르신들은 아픈 곳에 주사만 몇 대 맞으면 통증이 모두 사라 질 거 란 생각을 가지고 방문하십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몇 번의 치료 후에 알게 됩니다.

어르신, 통증을 없애기보다는 조절하는 거 에요. 약으로 안 되면 주사로, 주사로 안 되면 시술로, 시술로도 안 되면 수술로 이런 식으로 조절하는 거예요.” 하루에도 몇 십번 반복해서 말씀드려도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웬만하면 참는데 너무 아파서 정말 못 참겠어. 나 주사 좀 나줘”. 마치 마약이라도 놔달라고 졸라대듯 말씀하십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찜통처럼 더운 날이었어요.

엉덩이에서 다리로 통증을 호소하는 전형적인 척추 관 협착증 환자분이 오랜 기다림 끝에 신경차단술(치료술)을 받고 회복실에서 한참을 누워 계셨는데 다리에 마비가 온 것 같다며 계속 불안해하시며 걸어갈 수 있는지 걱정을 하셨습니다.

의사선생님과 저는 통상적으로 대답했습니다. 다리 쪽 신경으로 약이 많이 가서 더디 풀릴 수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했습니다. 그러고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환자분은 더욱 불안해하셨고 소변보러 가야하는데 걸어갈 수 없으니 어쩌냐 하면서 다리를 붙잡고 계시기도 하고 다리를 주물러서 빨리 풀리라고 기도 비슷한 주문을 외우기도 하셨습니다. 불안한 탓인지 소변은 자꾸 소식을 전했습니다. 소변기를 몇 번 갈아 치우며 다리가 풀리기 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근무시간이 지났는데도 환자의 다리는 바늘귀만큼 풀렸습니다. 도저히 안 될 거 같아 팀장님께 보고하고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게 되었습니다.

어르신은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이 퇴근해서 나 데리러 올 거에요하시며 정말 친절하게 해줘서 고맙다며 제 손을 꼭 붙잡고 놓지를 않으셨습니다. “어르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아드님 오시면 꼭 같이 가셔야 해요, 시간이 지나면 다리감각이 나아질 거에요. 아드님 오실 때 까지 같이 있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고 퇴근을 하였습니다. 사실 아들이 퇴근 후 언제 올지 몰라서 응급실로 이송해서 보호 받게 하고 퇴근을 한 거였습니다.

다음날 어르신이 걱정되어서 직접 전화를 드렸더니 다리도 괞찮고 아드님과 함께 귀가 했노라고 기뻐하셨습니다. 내가 해야 할일을 한 것 뿐 인데 일이 잘 해결되어서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며칠이 지나 어른신이 다시 오셨는데 반가이 인사하시며 검정봉지를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별거 아니야. 내가 너무 고마워서 이거라도 주고 싶어서 왔어하며 제 손에 검정봉지를 쥐어주셨습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검정봉지를 열어보니 먹음직한 천도복숭아가 대여섯 개 들어있었습니다. 어르신 마음에 제가 정말 고마웠나 봅니다.

천도복숭아를 보면서 어르신의 고마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오는 듯 했습니다.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환자의 안전을 생각해서 했던 행동들이 번거롭고 귀찮은 일들도 많지만 환자를 내 부모님처럼 대했더니 기쁨과 보람이 배가 되어 돌아옴을 느꼈습니다. 올 여름 무더위에 어르신이 검정봉지에 담아 오신 천도복숭아는 오래도록 기억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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