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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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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박스 이야기

베이비 박스 이야기


   졸업 후 바로 NICU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다들 힘들다는 신규시절이 조금 지나고 일이 익숙해지는 3년차 시기가 찾아왔다. 작년 여름, 처음엔 피곤하기만 했던 3교대 생활도 익숙해지고 나니 오히려 쉬는 날이 많다고 느껴지곤 했지만 무언가 취미생활이나 여가생활을 하고 싶어도 매주 같은 날 시간이 나는게 아니라 막막하게 느껴졌다. 대학생 때 꾸준히 하던 봉사가 있었지만 동아리 없이 혼자 뭘 시작하기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문득 생각난 게 베이비 박스였다. 재작년 겨울 우리 병원 NICU에 입원했던 환아 중에 베이비 박스에서 온 아기가 있었고, 그 때 처음 베이비 박스에 대해 듣고 알게 되었는데, 문득 베이비 박스가 떠오르자 왠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포털 검색창을 통해 검색을 해보았고, 카페를 통해 봉사 글들을 읽으면서 규칙적이지는 않더라도, 아니면 여럿이 아니더라도 혼자 할 수 있는 봉사라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문의전화를 걸었다.
2015년 8월, 처음 찾아간 신림동의 베이비박스. 그 때쯤 베이비 박스는 새로 리모델링을 통해 훨씬 깔끔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7명의 신생아들이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아기들 기저귀를 갈아주고, 정해진 수유기록지를 보며, 아기의 수유 간격을 확인한 후 수유를 하고, 오전 중에 시행하는 아기들의 목욕을 돕는 일이었다. 평소 병동에서 자주하는 일이기에 어렵지 않게 도울 수 있었다. 아픈 아기들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수월하게 느껴 지기도 했다. 첫 방문을 마치고 근무표를 보며 다음 방문 약속을 잡고 돌아올 수 있었고, 오랜만에 기분 좋고 조금 피곤하지만, 뿌듯한 하루였다.
 


그 이후 일주일에 한번 정도 베이비 박스를 찾으며, 병동에서 주변 친한 동료들에게 베이비 박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다 정말 관심을 많이 보인 후배 한 명과 같이 베이비 박스에 가게 되었고, 관심을 가져주고 흔쾌히 같이 봉사를 가겠다고 해준 그 후배에게 참 고마웠다. 나이트 오프였음에도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이 함께 즐겁게, 기꺼이 봉사를 함께 해준 후배는 다음에도 함께 오자고 먼저 말을 해주었다.
이후 후배의 동기들도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보였고, 후배를 포함한 그 동기들 5명이 모두 함께 봉사를 가기로 결정이 되었다. 신생아를 돌봐야 하는 베이비 박스의 특성상 한번에 여럿의 봉사인원이 필요하기 보다는 꾸준히 2-3명의 봉사자가 도움이 되는데, 3교대의 단점으로 같은 날 꾸준히 봉사 갈 시간을 내는게 어렵다는 것이 있었다. 나를 포함한 6명이 팀을 이뤄 같은 시간을 맞추니 그때 시간이 되는 2명의 근무자가 봉사를 가서 매주 같은 시간에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오전 봉사 시간이다 보니 전날 이브닝 근무거나 봉사 직후 이브닝 출근 하러 가는 길에는 졸린 눈을 부비며 오가기도 했지만 함께 봉사를 할 수 있어 좋고, 아기를 다루는 것이 익숙한 우리의 손길과 신생아에 대한 의료지식이 그 곳에서 도움이 되었고, 덕분에 너무나 예쁜 천사들을 볼 수 있어 힘듦도 잊고 열심히 다녔다.
우리 병동에서도 선생님들이 알게 되었을 때 많은 관심을 보였고, 지원자를 모집 후 기존에 가던 멤버가 아닌 다른 병동 사람들이 가서 일을 도와주는 날을 마련 하였다. 이 날은 베이비 박스에서 어려운 가정에 보내는 물품들을 포장하는 일들을 도와주고, 베이비박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연말 병동 회비 중 남는 것을 모금으로 만들어 전달하기도 하였다. 이 후 병동 선생님들께서도 베이비박스에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셨다.
 


 벌써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렇게 봉사를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기분 좋고 뿌듯한 일들도, 정든 아기가 시설로 가거나, 아프거나, 하늘나라로 가는 일도 있어서, 마음 아픈 일도 있었다. 그래도 병원에 근무하면서 이렇게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뜻깊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누구보다 행복하다.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내가 가진 달란트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도 즐겁게 베이비 박스를 찾아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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