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중독"
몇 년전 본병원에서 환자 안전에 관한 주제로 캠페인을 실시한 적이 있었다.
포스터, UCC, 환자 안전 안내문 등 다양한 형태로 환자 안전에 관한 내용물을 제작하고 입상하는 부서는 게시판에 게시됨은 물론 상금까지 주어지는 캠페인이었다.
나는 그때 병동을 대표하여 포스터를 제작하기로 되어있었다.
포스터 제작을 하는 동안 아이디어 부재로 난관에 봉착해 있었는데,
그해에 송승헌 주연에 인간중독이라는 다소 선정성이 강한 일명 강한 19금 영
화가 상영하고 있었다.
영화 자체의 내용은 별거 없는 그냥 말 그대로의 19금 영화였다.
그러나 제목에 feel이 꽂힌 나는 ‘인간중독’이라는 영화제목을 ‘확인중독’
즉, 5 Right를 중독될 만큼 확인하자는 의미에서 ‘확인중독’이라는 제목으로 환자 안전 포스터를 제작하여 의료질 관리팀에 제출하였다.
그 후 의료질 관리팀에서 답신이 오기를......
“선생님 저희가 포스터를 받아보았는데 똑같은 제목의 포스터가 다른 병동에서도 제출되었습니다. 혹시 인간중독이라는 영화를 보시고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서 제작하셨나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급히 둘러대느라고 “아~ 영화 내용은 전혀 모르고요 그냥 제목만 바꾼겁니다”라고 변명하였다.
그랬더니 의료질 관리팀에서 하는 얘기가 “아~ 안그래도 다른병동에 선생님께도 물어봤는데 선생님처럼 영화내용은 모르고 제목만 바꾼거라고 하던데요” 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는 얼마나 민망하던지 ‘병원에 오래 일하면 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19금 영화 ‘인간중독’에서 ‘환자중독’이라는 힌트를 얻는 생각이나 19금 영화를 본 후 들키지 않으려고 영화제목만 바꾼거라고 둘러대는 말이나.........
병원간호사로서 오래 일하니 생각조차도 똑같아 지나 싶어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