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라는 직업이 참 좋지만 스케줄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기에 속이 상하는 일이 많다. 삼교대를 잘 이용해서 대학원을 졸업하는 고마운 일도 있었지만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나 어렵다. 장단이 있는 거다. 삼교대 간호사라면 이 부분에 대해 입 아프게 더 말하지 않아도 공감이 될 거라 생각한다.
2007년부터 시작해온 분만장 간호사의 일. 학부 때부터 원했던 부서에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으니 난 참 행복한 간호사라고 생각된다. 아픈 사람이 아닌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곳에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바라는 생명의 출산이 있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산전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출생의 순간에 누구로부터의 축복도 받지 못한 채 태어나는 아기를 볼 때 그 헛헛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보다 입양 전 아기를 위탁 받아 돌보는 곳에서 봉사를 할까 했는데 규칙적이지 못한 스케줄과 학업으로 인해 뒤로 미루다가 어느 날 TV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어느 연애인의 기부에 대한 이야기 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봉사활동은 다른 형태인 기부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인데… 연애인 보다 더 소명의식과 봉사의식을 갖췄어야 하는 내가 너무 뒤떨어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장 인터넷을 검색하여 나의 가치관과 맞는 단체를 찾았고 기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결혼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10살짜리 아직 가보지 못한 먼 나라인 온두라스에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 후원한지 4년째, 언젠가 한번 가보리라 하면서 스페인어 공부도 시작하고 간간히 편지도 주고 받고 있다. 삼교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긴 오프를 받아서 언제나 가보려나 싶지만 꼭 소중한 인연을 만날 날이 오기를 바란다. 가끔 병원 일이 버겁고 힘들 때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내가 그만두면 온두라스에 있는 내 아들이랑 가족은 어쩌지? 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고쳐 잡게 된다. 즉 그 아이가 아닌 내가 더 큰 도움을 받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