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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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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마신 커피 한잔

 입사 당시 자기소개서에 이런 말을 적었다. ‘환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듣고 메모하여 그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 도움을 드리겠다’ 라고....

실제로 나는 귀가 꾀 크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그동안 그 큰 귀로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했던 것 같다. 간호사로서 첫 발을 내딛었을 땐 일을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앞서 선배 간호사의 말에만 집중 했다. 정작 들어야 하는 환자의 이야기 보단 ‘이건 이렇게 해야지’, ‘이 검사를 할 때는 이것을 준비 해야지’ 오로지 나의 업무를 어떻게 시행 할 것인가에만 집중 한 것이다.

어느날 수술 하고 막 올라온 환자에게 불편한게 무엇인지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고생했다는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상체는 조금 올린 채 심호흡을 많이 하고 금식 하고 주무시지 마세요’ 등등 주의사항만 쉴 새 없이 설명하고 돌아서 나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디가 불편한지 물어보지도 않고 대뜸 와서 자기 할말만 하고, 주사만 놔주고 가는 나의 행동에 환자들은 얼마나 불쾌하고 답답 했을까? 그래서 그런지 신규간호사때 내가 담당하는 방의 환자들은 계속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나왔었다.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공감해 주지도 않는 나에겐 따뜻함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기계처럼 묻고 답하고 행동 하다가 부끄럽지만 1년이 지나서야 빈센트 영성간호를 시작하면서 환자, 보호자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 했던 것 같다.

다음날 외과와 흉부외과 연계수술을 앞둔 할머니가 입원 하셨다. 수술설명을 들을 보호자를 병원으로 오라고 했고, 보호자는 저녁 7시쯤 도착해 외과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흉부외과 담당 의사가 오지 않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약 1시간 정도 지난 뒤 주치의에게 연락을 하였으나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하기에 다시 양해를 구했지만 보호자는 계속 간호사스테이션에서 언제 오냐고 물었다. 계속 물어 보길래 짜증이 나서 시선도 마주하지 않고 보호자 말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연락해 볼께요” 라고 무뚝뚝하게 말을 내 뱉었다. 보호자는 어른이 말하는데 그렇게 예의 없게 행동 하는 법이 어디 있냐며 화를 냈다. 분명 내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 화가 나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적절히 보호자를 응대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조금전 외과수술 설명을 한 인턴이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황설명을 해 주었다. 보호자는 수술 설명을 듣기 위해 먼 길을 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차가 끊기기 전에 빨리 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분명히 10번이나 나와서 물어 본다는 건 그만한 사정이 있었을 텐데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자꾸 물어 본다며 짜증을 냈던 것이다. 의료진의 1시간이나 환자.보호자의 1시간이 모두에게 똑같이 소중한 시간일 텐데 의료진이 바쁘니까 당연히 보호자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알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이야기를 듣지 않고 듣는 척만 하였다는 것을. 이후 환자.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였다. 그 이야기들 속엔 아픔도 있고 불만도 있고 감사함도 있었다. 그리고 도리어 이야기를 들음으로서 내가 위로 받고 인생의 소중한 지혜를 배우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그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게 뭔지? 불편한게 뭔지? 알게 되었다.

최근에 있었던 일로 호흡곤란이 있어 산소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가 입원하였다. 산소공급을 해야만 수치가 유지가 되는데 계속 산소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하려 하였다. 산소수치에만 집중한 나는 심호흡을 설명하며 산소를 계속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산소 수치가 정상 범위가 되고서야 자리를 뜨려 하는데 ‘간호사 나 커피 한잔만 타다 주면 안 될까?’ 라고 하며 종이컵 2개와 믹스커피 2개를 꺼내셨다. 편안하게 믹스커피 한잔을 드시며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는 순간 할아버지는 지금 따뜻한 커피 한잔이 가장 큰 마음의 위안 이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한개는 간호사 타 먹으라며 바쁜데 이런 것까지 시켜서 미안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물론 산소를 유지 하고 있어 산소수치가 괜찮아 졌지만 처음 겪는 호흡곤란으로 급하게 응급실 통해 입원하면서 불안했던 마음에는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이 할아버지에겐 진정한 위로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경청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병동에 기도방문을 하고 계신 수녀님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슬픔, 분노, 절망, 기쁨 등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속 감정은 다양하다. 어쩌면 상처이고 아픔인 이런 이야기들을 수녀님들은 조용히 들어 주신다. 단순히 약물을 주고 수술을 하는 의료진의 손길보다 곁에 함께 있고 존중하는 자세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녀님들이야 말로 진정한 치유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았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나의 주변인들 그리고 내가 일하는 병원에 오시는 환자, 보호자, 그리고 동료들에게 행복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입보단 귀가 발달한 사람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돌볼 줄 아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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