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환자들에게 우리 간호사들은 천사이고 싶지만 정신없이 바쁜 임상현장 속에서 그렇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1년에 딱 하루, 진짜 천사일 수 있는 날! 바로 10월 4일 1004 데이이다. 올해는 내가 병동 천사가 된지 네번째가 되는 해이다. 매년 하는 행사이지만 올해 천사데이가 더 특별했던 이유는 내가 앞장 서서 준비해야 하는 책임자 입장에서 천사데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올해 천사데이의 소제목은 [걱정인형 & 나만의 팔찌 만들기]였다. 유방/갑상선암 환자들은 여성 환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간호와 더불어 감성 케어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그에 맞는 추억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암 진단 후 수술하는 등의 일련의 치료과정을 경험하는 환자들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근심과 걱정들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현재 처해있는 상황 뿐 아니라 앞으로 수술 후 달라질 삶의 모습 때문에 걱정하는 환자들 또한 많다. 그래서 생각한 “걱정 인형 만들기!!” 걱정 인형은 과테말라에서 유래된 것으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손가락 크기의 작은 인형인데, 이 걱정인형에게 마음 속 근심 걱정을 털어놓고 베개 밑에 두고 자면 자는 동안 내 걱정을 대신해준다고 한다. 작고 귀여운 모양으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보호자들이 함께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방암 수술 후 arm save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나만의 팔찌 만들기를 계획했다. 병원에서 주는 팔찌도 있지만, 모양이 투박하고, 쉽게 끊어지거나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퇴원하고 나서도 액세서리처럼 나의 귀한 팔에 착용하면 좋을,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팔찌를 만들면 어떨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혼자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천사데이 행사를 통해 단순히 재미있었던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내 곁에서 추억할만한 선물로 남는 행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먼저 핑크리본이 달린 예쁜 초대장을 만들어서 환자들에게 나눠주며 행사를 알리고 참석하도록 했다. 그리고 초대장 뒷면에는 내가 만든 인형, 팔찌와 함께 인증 사진도 찍어 액자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행사에 참석한 환자들은 색색의 실을 하나하나 고르면서 나의 걱정을 데려갈 인형을 손수 만들면서 기뻐했다. 매듭을 이용해 만드는 팔찌는 처음에는 마음처럼 되지 않아 어려워했지만, 꼬였던 실을 다시 푸는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반드시 멋지게 만들어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정말 열심히 진심을 다해 만드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후, 환자들이 오늘 하루 정말 행복했다며 기뻐하고,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며 고마워 하시는 환자들을 보면서 내가 한, 작은 행동이 환자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좋은 선물이 되었다는 것에 나 또한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 내 담당 환자 손목에는 그때 만든 세상에서 하나 뿐인 예쁜 팔찌가 채워져 있고, 밤에 잠든 환자의 침상 머리 맡에는 오늘도 걱정인형이 놓여져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 걱정은 걱정인형이 대신 해줄 것이라는 작은 소망을 품고 있는 환자들에게 …. 오늘도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