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환자를 가장 한 상태로 해드리는 것이 환자를 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맞춤간호가 환자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상태로 만들어 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 환자를 처음 만난 것은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우리 병실로 이실 오신 날이었다.
그 분은 피부도 약하고 팔, 다리의 근력도 없고 우울해 보이기까지 하셨다. 병실에 오시고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시고 침상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큰 수술 후 회복 중이셨기 때문에 당연히 통증도 예상되고 같은 질환으로 여러 번 병원치료를 받으실 것에 따른 우울감이나 당혹스러움이 짐작이 되었지만 다른 환자들에 비해 근력이 떨어져 움직이기가 힘드셨다.
환자의 신경은 아주 날카로워져 있었고 보호자의 극진한 간병에도 불구하고 매우 힘들어 하셨다.
나는 환자에게 수술 후 회복 과정에 대하여 다른 환자의 경우를 들어 설명해 드렸다.
환자가 나의 설명을 듣고 조금이나마 안심하는 것 같아 보호자와 함께 지저분한 침상을 정리하고 침대 아래쪽으로 발이 닿을 정도로 내려와 계신 환자를 안전하게 위로 올려 드렸다.
그리고 수술한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침상의 커튼을 치고 살폈다.
수술 부위는 염증 소견도 없고 배액 양상도 양호하였다.
그 상태를 보호자와 환자분께 다시 잘 설명해 드리고는 스테이션으로 돌아가려는데 환자분이 나의 손을 잡고 “고마워요. 훨씬 편해졌어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선 설명과 개인적인 배려를 잘 해드린 것이 고마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환자는 병실생활이 길어졌고 보호자의 극진한 간호와 의료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다.
어느 날 급속하게 상태가 나빠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신속히 처치를 하면서 애를 썼으나 그분은 중환자실까지 내려가셨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으셨지만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다.
보호자는 잠시 자리를 비웠던 사이에 환자의 상태가 나빠진 것을 자책하면서 큰 슬픔에 빠졌고, 담당간호사인 나도 환자를 잘 살피지 못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아팠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자에게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 몰랐지만 어떻게든 위로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손을 잡았다.
보호자는 내 손을 꽉 잡으면서 그저 나를 보면서 울었고 나도 눈물이 나려고 하였다.
하지만 내가 울면 보호자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할 것 같아 꾹 참았다.
“환자분 좋은 데로 가셨을 거예요. 마음 잘 추스르고 힘내세요.”
‘말주변이 없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보호자가 위로를 받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보호자인 남편 분은 말씀하셨다.
“그 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7층 간호사님들이 잘 봐주셨는데도 불구하고...”남편분도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울기만 하셨다.
선종하신 소식을 듣고 병동에서 중환자실까지 내려와 방문한 나를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마음을 알아주시는 보호자께 내가 더 위로를 받았다.
장례식장을 알아보신 뒤 환자를 옮기기 전 보호자들이 병동으로 올라오셨다. 보호자 분들은 환자가 쓰던 물건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장루주머니를 주시면서 “이제 우리는 쓸 일이 없으니 다른 환자들을 위해 사용해 주세요.
그리고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하면서 가지고 있던 음료수까지 내놓고 가셨다.
한 달 뒤 우연히 병원 1층 로비에서 보호자인 남편 분을 뵙게 되었다.
남편 분은 그 새 더 수척해진 모습이었고 나는 그 모습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방을 정리하지 못했어요.” 나는 이렇게 말씀하는 보호자분의 손을 말없이 오랫동안 잡고 있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여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작은 일에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환자 및 보호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간호를 제공해 주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나의 간호를 받고 회복하여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신 분이나 하늘나라로 떠나가신 분들 모두 모두 행복하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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