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십년지기를 살아온 분만실 간호사다.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하지만 이제 막 간호사의 길로 접어든 신규간호사 및 그 외 다른 이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일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간호사 십년이면 소위말해 ‘산전수전 공중전’ 까지는 아니라도 ‘산전수전’ 쯤은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이런저런 사연과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지금 풀어놓으려 한다.
경력직 간호사로 분만실에 배정 된지 얼마 되지 않아 겪었던 일들이 특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그건 아마도 출산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과 맞닥뜨렸기 때문일 것이다.
분만실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무엇보다 먼저 생각되는 것이 출산의 기쁨, 건강한 신생아의 울음소리, 가족의 행복한 표정 등일 것이다.
하지만 분만실에서 일하면서 출산이라는 결과보다도 임신부터 출산까지 과정의 어려움을 더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건강하게 만삭까지 잘 유지하여 아무런 문제없이 분만하는 산모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바로 고위험 임부들이다. 그중에 하나가 임신중독증인데 이 질환의 경우 중증으로 진행될수록 산모와 태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입원환자 중 임신성 고혈압을 가진 산모가 pulmonary effusion으로 숨을 쉬기가 힘들면서도 배안에 태아를 하루라도 더 키우기 위해 힘겹게 임신을 유지하는 모습, 양수가 조기에 파수되어 24시간 침상안정하며 누워서 지내야하는 산모들, 조산방지제로 출산을 늦추며 하루하루 고비를 넘기는 산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고 엄마가 된다는 것에 숭고함을 느낀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은데 그중에서도 10대 미혼모의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고교 재학 중인 16세 미혼모가 산전 진찰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로 labor pain이 있어 내원하였는데 이미 자궁경부가 진행되어 분만했던 산모였다.
가족이 임신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심리적으로 많이 두렵고 불안해했었다.
분만하는 동안 불안해하는 환자 곁에서 호흡법을 함께 해주고 손을 잡아주었다.
분만 후에도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울 이 아이에게 감정을 표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회복 후 이 아이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미혼모 시설로 신생아는 입양기관으로 가게 되었다.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또한 소외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분만실에서는 미혼모 시설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에이즈 질환을 가진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입원했을 때였다.
‘우리는 프로다’ 물론 머릿속으로 알고 전문적인 교육도 받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면하면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다. 입원당일 머리에서 발끝까지 개인보호구로 무장하고 비범하게 산모를 맞이했다.
물론 필요한 절차에 의한 것 이였지만 산모의 눈에 우리가 어떻게 보여 졌을지... 세상의 편견의 벽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보호구들을 하나하나 벗었을 때 내 마음의 편견이 하나둘씩 내려놓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물론 치료 상 필요한 보호구는 착용했다.
여기까지 읽어 내려오면서 분만실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면 우리들의 일상에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에겐 이런 힘든 상황을 견디게 해주는 비장에 무기가 있다.
그건 바로...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아기의 첫 울음소리이다.
너무나 감동적인 순간에 우리의 손길로 아기를 care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임신 19주부터 조기진통으로 입원하여 3개월 이상 입원치료를 받고 쌍둥이 출산을 했던 산모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 우리와 동고동락하면서 많은 고비를 넘기고 출산했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미숙아로 태어나서 백일을 병원에서 맞이해야했던 그 아이가 지금은 너무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또한, 예전에 내가 그랬듯 분만실에 배정받아 1000그램도 안 되는 미숙아를 두렵게 대했던 후배들이 이제는 어엿하게 자기 몫을 하면서 잘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모든 것이 나에 일상이고 분만실 가족들의 모습이다.
오늘도 난 이 일상 속에서 울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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