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교 1학년 때 간호학과에 입학한 이후 줄곧 학과 공부에 집중해 왔습니다.
4학년 여름방학 때, 취직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러 다닌 학원에서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 다니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병원을 익숙하게 접해왔고, 집에서 가까운 대학교의 간호학과만 다니던 저로서는 이렇게 많은 또래 친구들이 각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집 가까운 대학교가 아닌 더 좋은 대학교에 다녀보고 싶었고, 인기 많은 직업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4학년 2학기에 국시공부와 영어공부, 편입공부를 함께 하면서 빡빡한 한 학기를 보낸 결과 좋은 병원, 가고 싶던 학교에 동시에 합격했고, 병원에 입사하여 신규간호사 교육은 받았지만 학교를 더 다니는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사원증을 들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오는 길에 발걸음이 참 무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받은 사원증은 몇 일 써보지도 못했지만 아직도 그 사원증은 제 책상 한자리에 남아서 허무하게 끝난 첫 번째 사회생활을 떠올리게 해 줍니다.
학교로 되돌아가 2년 동안 다른 전공의 수업을 듣고 졸업할 때가 되었지만, 졸업 후 진로가 정해져 있던 간호학과와 달리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고 준비해야하는 다른 전공의 상황은 더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내가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하게 되면서, 보건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2년 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고, 준비 시간이 길어지면서 저와 저의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했습니다.
저는 그때서야 ‘간호사도 좋은 직업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내가 어느 일이든 간에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절대 그만두지 않고 평생 다니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병원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한 번 사직한 경험이 있는데다가 자신감을 잃은 상태에서 서류나 면접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인하대병원에서 저를 받아주었고, 면허증이 있다는 이유로 바로 일을 시작하게 해주셨습니다.
간호학과를 졸업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신규간호사 시기를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은 2년차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동기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에 와서 저를 입사 초기에 보셨던 선생님들이 ‘나는 네가 정말 그만둘 줄 알았다. 우리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아느냐.’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 저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신규 간호사 시절이 힘들기도 했지만,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 베풀 수 있고, 나의 생활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에게 주어진 일 없이 준비만 하던 시절보다는 훨씬 마음 편한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일을 하기 위한 문턱까지 갔다가 되돌아왔지만, 그 문턱에서 저는 약간 허무함을 느꼈었고, 자꾸만 되돌아오려고 했던 것을 보면 지금이 저의 자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며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맞는걸까, 난 이게 적성이 아닌 것 같다.' 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지만, 이것은 간호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다른 일을 해도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제가 처음 병원을 그만두던 때 보다 성숙해 졌음을 느낍니다.
==================================================
로그인 후 동료의 Plus story 에 응원 댓글을 달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