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한지 11년이 되어갑니다.
그간 시댁에 갔을 때 아버님이 매 식사 때마다 술을 드시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서 친정에서는 술, 담배, 화투 그런 걸 볼수가 없었기에 !!
또 결혼할 때 시댁은 기독교 5대째라고 하여 나름 상상했던게 있었기에...
아버님은 인간성 좋으시고 친구 많으시고..남 제안 거절 못하시고..손해봐도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시는 그런 최고의 인간성 소유자였습니다.
그러기에 평생 술 자리를 거절 못하고 ..늘 사람들 속에 파뭍혀 사시는 분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내과에서 1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하는 저는 알콜성 질환의 최후가 얼마나 끔찍하고
치명적인지 많이 봐왔던 터라.. 왜 아무도 아버님을 말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 형님과 어머니와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어머니 결혼하고부터 아버님은 술을 그리 좋아하셨고. 아무리 해도 안되서 다들 포기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결혼해서 온 저에게 어머니는 무척 미안해 하셨고. 늘 아버님 술 때문에 건강이 걱정된다고 하였죠.
그러면서도 검진을 받으면 늘 이상 없다고 나온다고 어머니도 답답하다 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저희 아이들을 끔찍이 아끼셨습니다 .
서울에서 출발해서 간다고 전화 드리면 벌써 아파트 앞에 나와 서계실 정도로...
그래서 저희들은 아이들을 이용해서라도 아버님 술을 끊게 해야겠다싶어 갖은 방법을 써보았으나 친구들이 전화하면 아버님은 거절하지 못해 술모임에 내려가시곤 했지요.
최근 어머니께서 아버님이 이제 식사는 거의 못하시고 술만 드신다면서 걱정이 태산이셨습니다.
전에는 식사때 반주로 드시던 것이 이제는 술만 드시고 밥은 거의 못 드시고..
코도 딸기코처럼 붉어졌다며..
저는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검사를 예약해놓고 아버님과 어머님을 올라오시게 했는데 절대 검사안하시겠다던 아버님도 슬슬 걱정이 되셨는지 끌려오듯이 서울을 오셨습니다.
초음파, 위내시경, 대장내시경등 여러 검사를 마치고.. 저는 결과를 설명들으러 외래로 가면서 아버님 몰래 외래 의사에게 쪽지를 넣었습니다.
마침 저와 레지던트 4년 내내 함께 일했던 안면이 있는 의사가 펠로우로 와있던 차여서 “110 장현임간호산데요, 저희 아버님 heavy alcoholism.....warning 좀 쎄게 부탁해요!”
진료실에서 그 의사는 아버님 얼굴을 보더니
“ 안챙피해요?”
“ 그렇게 술드시고 병원서 안좋다해도 ..시골가면 또 드시고...그렇게 반복하면 병원만 좋아요. 돈벌고..근데...관리하셔야징...손주도 있고 한데 안챙피해요??? !!!”
“.................”
당신의 검사결과가 어떻고..하는 자세한 설명 전에 일단 그 의사의 강한 첫 마디는
아마 아버님의 점잖은 성품에 비수를 꽂은 듯했습니다. 실은 저도 뒤에 있으면서 좀 놀랐으니까요.
여하튼 아버님은 그날 이후로 60년 정도 매일 드셨던 술을 단칼에 자르시고 !!
지금은 아주 식사를 잘하고 계시고, 어머님과 함께 텃밭에서 깨 모종 심고,
마늘장아찌 담고 오순도순 티격태격 하고 지내십니다.
시댁에서 제 덕분에 아버님이 술에서 해방됐다고 엄청!! 고마워하시니 보람을 느낍니다.
이젠 할아버지 오셔도 식탁에 “처음처럼” 없겠네? 저희 딸이 하는 말 듣고는
아버님은 부끄러워 하시고 저희는 모두 웃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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