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절편 안에 사랑이 쑥! ~ 쑥! ~

‘이게 뭐니?’
월요일 아침 정신없이 근무하는 처치실 간호사들 틈으로 보이는 떡집이라 써있는 제법 큰 박스 두 개...
“아~그거요? 어제 윤oo님이 입원하시면서 오후 늦게 택배로 가져 오신 거예요,,
저희 먹으라고 주시던데요? “
항암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 병동에 환자분들의 입,퇴원 기간이 짧고 반복되어 짧게는 2주, 3주 간격으로 명절에 친척들 얼굴 보는 것 보다 더 많이 환자분들의 근황을 알며 얼굴을 볼 때가 있다.
윤oo님도 그런 평범함을 가장한 일명 천사환자라고 간호사들이 보기엔 부족함이 많은 그런 분 이었다.
모든 환자분들이 나한테 특별하지만, 내 기억에 남는 윤oo님의 모습은 자식들 말 안 듣고 고집 부리는 일명 간호사들 경계 대상 1호 즉~ 문제 환자로 인식되어진 환자~ 신경외과 병동에서 부서 이동을 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서먹서먹한 부서에 적응도 안 되는 상황에 복도 한쪽에서 여자 보호자의 날선 잔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말 좀 잘 들어요, 그렇게 술 먹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요~, 간호사님 이거 수술 하고 오면 아예 이분 묶어주세요, 어디에도 못 돌아다니게~ 아마 우리 아부지는 주사 맞으면서도 술 드실 사람이예요~,내가 정말 못 살어, 이젠 아부지 고집대로 해봐요” 초등학교 3~4학년으로 보이는 사내 녀석의 손을 잡고 수술방 들어가는 환자 침대차 머리맡에서 숨도 쉬지 않고 따발총 총알들처럼 쏟아내는 잔소리를 하고 있는 큰 딸과 총알받이 환자는 귀찮다는 듯이 이불을 덮어쓰고 아무런 대꾸 없이 침대차에 누어있는 상황이 내 눈에 들어왔다. 병동 간호사들은 이미 익숙한 환자와 보호자의 모습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며, 중심정맥 삽입술을 위해 수술방으로 환자를 모시고 가고자 엘리베이터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딱히 보호자와 환자에게 뭐라 간섭할 수도 없고, 같은 딸 입장에서 이해한다고 보호자분의 등을 다독일 수도 없는, 보지 말았어야 될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한 모습이 눈에 들어와 나 또한 황급히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
환자가 수술방에 들어가고 나서 수술방에서 삽입술이 끝났다는 연락에 항암을 진행하기 전 환자의 지난 히스토리를 확인했다.
2007년 위암을 진단 받고 항암 치료를 했지만 다시 대장에 전이가 되어 또 다른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한 환자로 간호사들의 인수인계 노트에는 입원 중 음주 가능성 있으니 주위를 요한다는 느낌표 열 개를 받고 있는 보호자에겐 고집불통 아버지, 간호사들에겐 문제 환자로 낙인 찍혔던 것이다. 그 뒤 계속되는 4차에 걸친 항암치료 기간에 이미 병동에선 문제 환자로 인식해서 인지 2주 간격의 입,퇴원을 반복했지만 별탈 없이 항암치료를 받으셨고, 입원 오시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양 손 가득히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겨 간호사들에게 업무 중 잠깐씩 챙겨 먹으라며 사다 주시곤 하셨지만, 오늘 아침에 본 쑥절편은 주변 여러 부서에 나누어 먹기도 너무 많은 양 이었다.
“감사합니다, 매번 저희 간호사들 챙겨 주셔서, 이번에 너무 많은 떡을 주셔서 여러 부서에도 나누어 먹을께요~ 근데 집 식구 분 중에 누가 떡집을 하시나봐요?
아니 이리 많은 떡을......“
“아니야~ 요즘 쑥 철이라, 내가 친구들이랑 주변 사람들 열명이서 강원도 화천 화악산에 올라가서 캔 거야, 항암을 받아서 손이 저리니 뿌리까지 캐기가 힘들어서 엄지로 비틀며 뽑았더니 엄지손이 다 이렇게 찢어졌네, 그거 캐서 깨끗하게 세척해서 삶아서 입원하기 전날 방앗간 가서 쑥떡으로 해서 찾아온거지, 요즘 산에 멧돼지도 많은데 다행히 쑥 캘 때 멧돼지는 안 만났지 뭐야~ 하하하 근데 쑥을 캘 때는 간호사들 먹으라고 정신없이 캤더니, 입원하고 나서야 엄지손이 찢어진걸 알았네, 다음엔 쑥 다시는 못 캐겠어~” 라며 멋쩍으신지 반창고로 엄지손가락 상처 부분만 가린 손을 주머니 속으로 황급히 넣으셨다. 보여 달라고 했지만 손사래를 치시며 주머니 속에서 도무지 손을 빼지 않으셨다.
“아니,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됐는데~” 라며, 나는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에 들리지도 않을만한 모기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감사해서 그러지, 내가 매번 항암 치료 받고 가는데 해줄 것도 없고~”
상처 난 손이 어찌 오른손만이겠는가? 왼쪽 손가락의 손끝들도 이미 빨갛게 부어 보였다.
‘그냥 쑥 절편이 아니였구나...’
간호사들과 아침에 차를 마시며 집어먹던 쑥절편이 왜 그리 고소하고 맛있었나 이제야 알 것 같다. 환자분이 우리를 생각하셨던 마음이 쑥절편안에 쑥! 쑥! 들어가 전달 된 것을~ 그런것도 모르고 식구중에 누가 방앗간이나 떡집을 하냐고 물었다니...내 입이 방정이고 민망하기 그지없다.
환자한테 주사를 주고 약을 주고 소소한 간호를 할 때마다 늘 간호사들이 무엇인가를 제공하고, 드리고, 많은 시간을 할애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문득 우리 간호사들 한명 한명을 생각하며 아픈 엄지손가락에 힘주며 비틀어 쑥뿌리를 뽑아 떡 으로 될 때까지 방앗간 앞에서 기다리며 저리고 아픈 손을 매만지고 계셨을 생각을 하니 지난 시간 그 환자분에게 조금 더 신경 쓰고 잘 해 드리지 못했던 것 같아 후회가 된다,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내년 봄에는 항암치료 끝나서 완치 되셔서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병동엔 하루 종일 향긋한 쑥떡 냄새가 솔솔 날 것 같습니다. 오늘 또 이렇게 가슴 깊이 감사함을 알게 해 준 환자분으로 인해 제 스스로가 간호사가 된 것이 자랑스럽고 환자 한분 한분씩 정성을 다해 돌볼 수 있는 이 마법의 손을 허락해 주시고, 축복해 주심에 주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