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보면 환자의 통증에 무뎌지고 나의 마음도 무뎌집니다. "원래 오늘이 가장 아파요. 진통제 들어가고 있어요" 기계처럼 반복하는 말이 됩니다. 환자의 말에 귀 기울여 주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나? 간호사는 너무 바쁘고 시간이 없어 들어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일하였습니다. 하루 2번 면회시간 20분은 나에게 지옥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에 차팅을 하면,,,투약을 하면,,,라운딩을 돌면,,,,'이런 못된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어느 날 한가로운 새벽. 2주 이상 ventilator care를 하며 호흡이 빨라 진정치료를 하여도 힘들어하고 잠을 못자는 나의 환자. 환자는 장기간 중환자실 치료에 지쳐있으며 하루 종일 외롭게 질병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많이 힘들어요?"나의 질문에 환자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모니터 상 문제는 전혀 없지만, 환자의 표정이 너무 힘들어 보여 이와 같은 내용을 당직 주치의에게 전화로 보고하였고, 주치의는 환자 상태를 보고 진통제를 추가하였습니다. “진통제 놔드릴게요. 이거 맞고 좀 주무세요.” 진통제를 맞은 환자는 2시간정도 편안하게 자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침 퇴근 전, 환자에게 잘 잤느냐는 질문에, 환자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간이 남아 한 5분정도 환자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고, 환자는 그동안 잠을 못잤다는 둥, 팔을 묶어놔 팔이 아프다는 둥, 밥은 왜 안주냐는 둥의 의사표현을 하였습니다. 환자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말이 많은 간호사입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인계도 길고, 주치의와도 소소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이런 내가 과연 환자에게는 수다스런 간호사였을까요??? 내가 조근조근 주변동료들과 즐겁게 얘기하는 사이 환자는 단지 의사소통이 힘들단 이유로 하루 종일 하얀 천장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 라고 반성합니다. 앞으로 나는 환자에게도 수다스러운 간호사가 되려고 합니다. 투약을 하기 전, 라운딩을 하면서, 환자에게 말 한마디를 따뜻하게 건내는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가만히 들어주는 것은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강력한 치유의 도구입니다. 내가 건내는 말 한마디가 환자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앞으로 조금씩 노력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