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 보는 1004(천사) 데이. 본관 현관에서 여러 수간호사선생님들과 간호사선생님들께서 환자들, 보호자들,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혈당을 측정해주고 차를 나눠주는 봉사를 하고 계셨다. 어찌 보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자그마한 봉사지만 환하게 웃으시면서 기쁜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계셨다.
간호. 볼 간看, 지킬·도울 호護. 간호란 다른 사람을 보며 그들을 지키고 도우는 것이라고 평소에 생각을 했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간호사’라고 했을 때 ‘백의의 천사’를 떠올렸었다. 그러나 간호사로서 일을 하게 되면서 간호사는 백의의 천.사.보다는 백의의 전.사.로서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복잡다단한 상황에서 융통성 있게 업무를 해결하는 모습,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상황들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 돌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모습 등등. 이러한 모습들이 나에게는 너무 거대해 보이고 범접할 수 없는 먼 산으로만 느껴졌지만 나도 언젠가는 선생님들처럼 전사로서 멋지게 활약할 날을 꿈꾸며 노력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시간과 경험이 약인지 차차 배워가면서 나 또한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자 큼직한 일들 외에도 사소한 일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환자가 오기 전 그 환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침상을 준비하시는 모습, 얼음과 물을 떠주시는 모습, 지혈하는 그 짧은 시간에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과 위로를 해주시는 모습,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주사를 놓을 때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를 핸드폰으로 더듬더듬 찾아 틀어주시는 모습, 나이트 라운딩을 할 때 행여 환자가 깰까 커튼을 조심스럽게 들추시는 모습 등등 선생님께서 하시던 세심한 배려들이 떠올랐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나이팅게일 선서 중에서 했던 이 다짐이 다시 생각이 났다.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는 것, 그 자체가 간호인데 나는 너무 간호를 치료적 행위, 복잡다단한 병원 상황에서 일 처리를 신속하고 훌륭하게 해내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간호를 받을 사람의 편안함을 위해 하는 자그마한 행위 또한 간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004 Day 때 선생님들께서 바쁜 시간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내며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모습, 혈당을 측정해주며 잠깐이나마 당뇨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는 모습, 길을 물을 때 안내를 해주시는 모습 등을 보면서 간호는 내 간호를 받는 사람의 안녕을 위하는 것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To know even one life has breathed easier because you have lived.
This is to have succeeded."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에머슨의 시 “What is Success" 중 한 구절이다. 이처럼 나의 간호로 인해 단 한 명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숨 쉬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 나아졌다면,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노라고 조심스럽게 고백해 본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간호사로서의 길을 걷게 된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참 감사하고 뿌듯하다. 1004 Day는 이런 우리들의 마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