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족한, 그저 많이 부족한 신규간호사였다. 신규간호사인 내가 잘하는 분야는 ‘임상 공부 정리’ 그뿐이었다, 간호사가. 나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주던 선배 간호사도 내 공책, 내 정리만큼은 인정해 주었다. 그뿐이었다, 간호사가.
잘하고 싶었다. 그저 잘 해내고 싶었다. 그렇기에 매일 퇴근 후엔 피드백 받은 내용을 토대로 보완일지를 쓰고, 두 번 실수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임상 공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기에, 잘하고 싶었기에 키워드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인계 내용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나를 깊게 파고든 날이었다. 평소 신경계 환자 간호에 관심이 많았던 난 신경계 간호 중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Motor 사정’을 깊게 파서 공부하고 있었다. 신경계 환자를 사정해야 하는데 ‘Motor 사정’하나 숙지 못했던 나였기 때문이었다.
‘Motor 사정’을 공부하다 문득 그 사정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떤 기전으로 신경 경로가 내려가며 뇌의 어떤 부분이 손상이 되어야 어떤 기능이 변화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정리본이 나오질 않았다. 그래서 난 내가 직접 키워드를 하나하나 검색하여 연결 지었다.
전두엽-내포-뇌간-피질척수로-척수를 통해 신경이 전달되는데 뇌가 손상되면,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손상되면 근력이 저하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또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한 것을 나만 볼 순 없었기에 블로그에 업로드하여 신규간호사들이 볼 수 있게끔 게시해 두었다. 시간이 지나 2000여 명이 내 글을 봐주었고, 꽤 도움이 되었다고 자신감이 생긴 나는 내가 공부한 것들을 모아 책으로 한 번에 정리 해주고 싶었다.
신규간호사들이 이 책을 통해 더 탄탄한 간호를 제공하고, 예전의 나처럼 스스로를 자책하며 ‘바보’라고 칭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의 행동력은 바로 출판사 ‘출간 제안’ 게시판으로 향했다. 신경계 간호 목차를 정리하고, 샘플 원고들을 만들어 제출했다.
출판사는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여러 번의 피드백 끝에 출판 계약이 성사되었다.
사실 난 이 이후는 탄탄대로일 줄 알았다. 집필도 처음 해보면서 무슨 자신감인지 최종 원고를 제출하고, 탄탄대로 출판이 진행되겠거니~ 하던 나였다, 태평하게도.
출판사 측에서 여러 피드백을 다시 한번 받았다. 사실 난 내가 아는 부분만 원고를 써야 하는 줄 알았다. 참고로 난 신규간호사로 아는 부분이 많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부분들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해 원고를 작성했다.
출판사 측에서는 아는 부분을 쓰는 것도 좋지만 이 책을 쓰는 작가라면 더 공부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피드백을 해주었다.
처음에는 스스로 자신감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잠시 딱 그 순간뿐이었다.
난 출판사 측에서 어떤 원고 방향을 원하는지 하나하나 곱씹어 보았고, 마침내 난 감을 잡았다. 보완될 원고를 생각하니 신이 났다.
난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출판사의 피드백이 감사하고, 또 신이 나서 2주 동안 20 여개의 질환을 목차에 추가하고, 파고들고, 정리했다.
막상 파고들어 임상 내용을 추가하려니 쉽지 않았다. 그리고 3교대 퇴근 후 매일 노트북을 붙잡고 20 여개의 질환을 정리하고 보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최종본을 완성해 출판사에 제출했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리고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신경계 환자 입원 간호를 하는데, 예전엔 의학용어 하나하나 검색해야 했다면 지금은 그냥 봐도 무슨 말인지 감이 잡혔다. 주변에서, 그리고 출판사 측에서도 내가 공부하면 그만큼 성장할 거라고 피드백해 주었었는데, 그 말이 딱 떠올랐다.
출간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얻었다. 모르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알아내는 방법, 그리고 공부한 만큼 환자를 더 깊이 볼 수 있다는 경험이다.
앞으로도 모르는 개념을 만나면 키워드 하나부터 붙잡을 것이다. 끝까지 파고들고, 연결하고, 이해할 것이다. 나는 아직 부족한 신규간호사다. 그러나 이제는 어제보다 조금 더 알고, 조금 더 나은 간호를 하기 위해 움직이는 신규간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