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졸업 후 서울성모병원에 입사하여 대장암 병동 간호사로 어언 3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서울성모병원 간호사로 입사 지원을 할 때, 저에게 우리병원의 이념인 ‘생명을 존중하는 세계적인 첨단병원’에서 ‘생명을 존중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왠지 이곳에서 일을 하면 좀 더 환자 가까이에서 환자의 질병에 대한 치료 뿐 아니라 소통을 통해 마음도 치유하는 간호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합격을 하고 제가 우리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하느님의 부름이라고 생각했고, 단순히 환자를 옆에서 돌보며 투약업무를 시행하는 간호사가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간호사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고 저의 이러한 생각과 마음가짐은 흐트러졌습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환자들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며 간호를 수행하기 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을 끝내기에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2013 서울성모병원 간호주간 천사데이’를 보내며, 병동에서 재원환자 및 보호자분들과 함께 진행했던 차 나눔과 아로마 오일을 이용한 손 마사지 행사는 저에게 큰 의미를 남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환자의 질환과 현재 상태에 초점을 맞추어 환자를 바라보았었고, 저에게 환자는 단순한 투약의 대상, 수술과 검사진행을 도와야 하는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통해 환자분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생각하며 진정한 의미의 간호와 생명존중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차와 손 마사지를 통해 환자분들과 가까워 질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매년 간호부에서 시행하는 1004 day 행사를 알고 있었으나 그동안 적극적으로 참여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또한 UM 선생님과 Unit charge 선생님 중심으로 병동에서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차 나눔 행사도 항상 바쁜 근무를 핑계로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이번 간호주간 행사가 열린다는 포스터를 보았을 때도 그냥 ’매년 하는 행사 올해도 시행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병동에서 차 나눔, 손 마사지 행사를 시행한 날도 출근할 때 까지만 해도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줄 몰랐고, 행사를 통해 이렇게 좋은 기억을 쌓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근무가 바쁘지 않았었던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우연치 않은 기회를 저에게 주신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차 나눔을 시작하며 여자 환자분들이 계신 다인실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항암치료를 하시는 분도 계셨으나 병의 진행으로 인해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마약성 진통제를 자주 맞는 환자분도 계셨습니다. 병실에 들어가며 “병원 간호부 간호주간 행사로 차 나눔을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통증과 싸우고 있는 환자분이 힘든 와중에 저희에게 밝은 웃음을 보여주셨습니다. 통증과 함께 오심, 구토 증상으로 식사도 잘 드시지 못하고 계신 상황이어서 차를 건네 드리지는 못하였지만 “바쁘신데 이렇게 환자들까지 챙겨주시고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환자분의 모습을 보며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며칠 전 그 환자분을 담당했었는데 진통제를 원하며 자주 call bell을 누르셔서 병실을 왔다갔다 오가며 저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환자분을 대했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환자분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진통제를 드리기에만 급급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런 저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환자분에게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음 병실에 들어가서는 차 나눔 후 처음으로 손 마사지를 해 보았습니다. 행사를 진행하기 전 5분 남짓한 시간동안 속성으로 동영상을 보며 배운 손 마사지라 많이 서툴렀을 텐데도 마사지 후 기쁜 마음으로 감사를 표현해 주시는 환자분의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자분에게 먼저 다가가서 손을 잡아드리고, 먼저 말을 건네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환자분들의 밝은 표정과 함께 어색함이 사라지고,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환자분에게 먼저 가서 편안하게 대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 진작 이렇게 환자분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진정한 간호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헤아려야 하는 것이라고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환자 및 보호자분들의 모습을 보며 이 행사에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고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재원환자 40명 남짓으로 30분 정도의 시간이면 행사가 모두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단순히 차를 드리고 손 마사지를 잠깐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행사를 진행하며 생각보다 환자 및 보호자분들의 호응이 좋아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사진도 찍으며 보내다보니 1시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12차가 넘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한 번도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환자분도 계셨으며, “저한테도 정말 주시는 거 에요?”라고 말씀하시는 환자 및 보호자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런 좋은 행사가 자주 이루어지지 못하고, 행사가 열리더라도 환자 및 보호자분들께 그 의미와 취지에 대하여 홍보가 덜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병동 내에서도 차 나눔 및 손 마사지를 좀 더 많은 간호사들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환자분들도 질병과의 싸움에서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며 저 또한 환자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생각하고 진정한 의미의 간호와 생명존중의 의미를 새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처음 간호사 일을 시작하며 제가 행하고자 했던 간호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었고, 초심으로 돌아가 앞으로 간호를 행하는데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하고자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행사 내내 밝은 웃음과 따뜻한 마음으로 저희를 맞이해주신 환자 및 보호자분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