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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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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오늘을 살아가세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힘든 시기를 지나온 우리들입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의료계는 바짝 긴장을 하였고 연일 뉴스에서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발표하면서 의료진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걸어가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시간, 그러면서도 우리의 안전과 건강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환자를 간호하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감염관리 규정을 지키면서 오늘, 그리고 하루를 견뎌내던 시기에 나를 일으켜 세우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대상을 수상한 배우 김혜자님의 수상 소감은 나에게 있어서 불안과 고통이라는 삶의 어둠을 뚫고 나오는 눈부신 희망이라는 구원의 이야기를 전하는 메시지였습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상기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드라마 속 대사이기도 했던 수상 소감은 그 이후로 내 가슴 깊이 머물러 있다가 아플 때면 꺼내어 위로와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울림의 메시지입니다.

 

이번에 전담간호사로 부서 이동을 하면서 외과 상부위장관 환자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힘이 들지 않은 부서는 없겠지만, PA 업무는 전혀 새로운 업무라서 부담감이 컸습니다. 첫 출근을 하면서 담당하게 된 환자는 위암으로 위 절제술을 시행한 후에도 암이 전이되어 상부 위장관 스텐트를 삽입하고 항암요법을 진행하다가 스텐트가 좁아지면서 섭취장애까지 있어서 입원한 환자였고 기본적인 CT검사 및 스텐트 재삽입술, 항암 프로토콜 변경 예정으로 여러 가지 설명이 필요했고 설명 후에 동의서를 받아야 했습니다. 외과 환자이지만 다행히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병동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내시경센터에서 근무했던 경험은 환자가 궁금하고 의료진으로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막상 환자에게 이런 설명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졌습니다. 기록을 보면서 현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시술의 이유와 합병증, 항암 프로토콜을 변경하면서 생기는 문제점 등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병실 문 앞에서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는 살며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환자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굴을 마주하였을 때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내게는 첫 환자이기도 했지만 내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기록상으로 보면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이어서 환자의 우울감과 절망감을 어떻게 직면해야 할지 걱정이었는데 막상 환자의 얼굴은 약간 마르긴 했어도 분명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의외의 모습에 속으로 다소 놀라면서 인사와 함께 환자의 전신 상태를 확인하고 불편한 것을 물어보았는데 너무나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소화가 잘 안되는 것 외에는 괜찮습니다.” 보통의 경우에 자신이 건강했던 시기와 비교해서 어렵고 아프고 힘든 것을 말하기 마련인데 환자는 암이란 병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항암 병동에 입원한 다른 환자들의 고통을 보면서 본인보다 더 심한 상태의 환자들과 비교해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막힌 부분을 다시 수술로 절제하는 것보다는 시술을 해보려는 환자의 의지와 내시경센터에서 근무했던 나의 경험으로 보다 자세한 설명과 여러 가지 케이스를 설명해 주면서 환자의 궁금증이 해결되었고 시술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자 환자는 마음이 놓였고 한결 편안해 하셨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내게도 감사의 인사를 연신하시고는 회진 때마다 웃는 얼굴로 맞아주셨습니다. 부서 이동을 하면서 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나에게 있어서 여러 부서의 경험은 환자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나의 자산이 되었고 환자를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내시경적 시술로 좁아진 스텐트를 제거하고 조금씩 식사량을 늘리면서 불편감은 감소되었고 더 이상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서 항암치료 후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아프지 않아서가, 절망스럽지 않아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역지사지, 다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했을 것입니다. “물론 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시술, 항암 그리고 재발, 전이로 힘들지만 아직은 내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고 가족을 만나고 얼굴을 보고 손을 잡을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환자는 상대방 입장이 되어보는 기준이 나와는 달랐기 때문에 조금은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건강한 사람과 비교해서, 내가 건강했을 때를 그리워하면서, 건강했을 때 챙기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하고 후회하면서 절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에게 어제와 다른 오늘이라는 설렘과 긍정의 힘을 심어준 그 환자를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스마일 아저씨로 내 마음에 저장하였습니다. 재입원 하는 날짜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하부위장관 항암 파트로 업무가 변경되면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담당 환자를 보기 위해서 들어간 병실에서 우연히 스마일 아저씨를 만났고 너무나 반갑게 웃어 주시면서, “ 잘 먹고 살이 붙었다.”라며 그때의 고마움의 인사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뭔지 모를 뿌듯함과 함께 간호사로서의 책임감의 무게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삶이 힘들고 버거워질 때면 스마일 아저씨의 환한 미소와 배우 김혜자님의 메시지를 상기시키면, 오늘의 쪼그라진 나의 마음이 조금은 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러고는 눈이 부시게 오늘을 살기 위해서 다시 힘을 내어 봅니다

신미진2025-03-05
누구나 한번 쯤 힘든 시기가 있지만 잘 극복하고 이겨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 잠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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