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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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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망의 밤, 간호사의 따뜻한 동행

 

"내가 여기서 나가야겠어!"

새벽 3, 113호 허**(77) 환자분의 큰소리가 병동에 울려 퍼졌습니다. 전날 전층각막이식 수술을 받으신 환자분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갑작스러운 섬망 증상으로 병동이 긴박해졌습니다. 보호자인 아내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환자분은 병동을 나가겠다고 고집하며 격렬히 저항하셨고, 결국 아내분의 뺨을 때리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같은 병실 환자들의 불편 호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는 환자분과 다른 환자 모두를 위한 조치를 신속히 결정해야 했습니다. 여러 시도 끝에 간호사실 옆 처치실로 환자분의 침대를 옮겼고, 의사와 연락해 할로페리돌을 투여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분의 불안과 섬망 증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때 환자분께서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기 병원에 신부님들이 많네."

저는 잠시 고민하다 질문을 던졌습니다.

"세례명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도로테아예요."

환자분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 그런 세례명은 처음 들어보는데! 나는 마르코야."

그렇게 대화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환자분은 어릴 적 신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형편이 어려워 신학교에 다니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고 담담히 이야기하셨습니다. 군포 성당에 다니시며 자녀들도 성당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보이셨습니다. 저는 환자분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병동을 함께 걸었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 중간중간 환자분이 힘들어 보이시면 휴게실 의자에 쉬게 하고, 휠체어에 모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때로는 "빨리 청계천으로 가야 한다."라며 소리치셨지만, 저는 환자분을 어르고 달래며 병동 라운딩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환자분의 표정은 점점 편안해졌습니다.

다른 환자분들의 처치도 해야 했기에 나이트 근무 간호사 3명이 교대로 환자분 곁을 지키며 새벽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새벽 620, 환자분께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왜 여기 있어?"

그 순간, 섬망 증상이 사라지고 지남력이 돌아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장 3시간 20. 우리는 환자분과 보호자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고령의 환자분과 아내분 모두 불안정한 상태였기에 우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했습니다. 피로는 어느새 잊혔고, 환자분이 안정을 되찾은 모습에 마음 깊은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환자분과 아내분을 병실로 모셔다드린 후, 아내분께서 눈시울을 붉히며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간호사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로 환자를 살리시지만, 간호사님들처럼 이렇게 마음까지 돌봐주시는 분들은 없어요."

그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이 밤새 쌓인 고단함을 부드럽게 녹여주었습니다.

그날 저는 다시금 간호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깨달았습니다. 간호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거나 기술적인 행위에 머물지 않습니다. 환자의 마음을 보듬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걸어가는 따뜻한 동행입니다.

환자분의 밝아진 미소, 그리고 보호자분의 고마움이 담긴 한마디가 간호사로서의 자부심을 더욱 크게 새겼습니다. 이 경험은 제가 이 일을 시작했던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켜준, 잔잔하지만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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