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간호사님은 나이가 어떻게 돼? 많이 어려 보이는데..”,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 시작해서 고생하네.”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입사하여 이제 갓 1년을 조금 넘긴 간호사인 제게 아직, 다양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직원들이 교류하고 함께하는 병원생활은 여전히 매일이 설레고 두렵습니다.
제가 있는 병동은 소화기 내과, 신장내과가 메이저 파트인 병동으로 하루에도 많은 수의 환자가 퇴원하고 입원을 옵니다. 소화기, 신장내과 외에도 다양한 파트의 환자들이 입원 오기도 합니다. 입사한지 몇 달이 지나고 일이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질환의 대상자가 왔을 때, 그에 맞는 검사와 치료는 무엇이며, 이 환자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꼭 필요하겠다, 이건 교육해야지’ 생각을 하며 간호행위를 하게 되었습니다. 질환의 진단, 치료, 간호과정을 예상하고 일을 하면서 보다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질병 위주로 환자들을 보다 보니 치료에 협조가 안 되거나 예상한 대로 치료과정이 흘러가지 않을 때 속상하고 지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어느 오프 날,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대학을 휴학하고 일을 하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의 삶에서 아버지의 입원은 큰 사건이었고 그로 인하여 잠시 학업을 접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평일엔 일을 하고 주말엔 하루 종일 병원에 있었어야 했습니다. 간병할 사람이 없어 어머니와 번갈아가며 교대로 병원에서 자야 했습니다. 어느 날은 주말에 아직 마감하지 못한 직장 일을 하기 위하여 아버지 병상 옆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서럽고, 막막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하였습니다. 지금은 재활치료를 받으시며 일상생활도 어느 정도 가능하실 정도로 쾌차하셨지만, 그 시간이 참 힘들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친구의 말을 들으며 힘들었던 것이 전해져서 마음이 아팠고, 우리 병동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생각났습니다. 오프가 끝나고 출근하여 병실을 돌아보는데 신기하게도 늘 똑같던 환자, 보호자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분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배우자이며, 누군가의 자녀일텐데,, 저에게는 환자들을 보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지만, 당사자들과 가족에게는 그로 인하여 삶이 흔들리고 바뀔 수도 있는 큰 이벤트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더 불안하고 예민할 수 밖에 없는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당신에게 들어갈 병원비가 아까워 검사 받지 못하는 할아버지, 집에 두고 온 어린 아이들이 걱정되어 빨리 퇴원하려는 젊은 엄마, 매일 직장 끝나고 늦게라도 혼자 입원해 있을 할머니를 위하여 찾아오는 손자. 무조건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 환자, 보호자들이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였고, 그 입장을 공감하면서 말하였을 때 치료적인 의사소통도 전보다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큰 이벤트를 겪고 있는 그들에게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좋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병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불안하고 초조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안심시키고 싶었습니다. 물론, 바쁜 업무 속에서 지치고 여유도 없을 때에는 환자, 보호자들이 제게 다가오는 것도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하거나 어쩔 줄 몰라하는 눈빛을 볼 때, 그들 곁으로 다가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려움을 들어주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 부터는 제가 힘들 때에 그분들이 오히려 저에게 힘이 되고, 웃음을 주시는 일들이 더 많이 생깁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있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이었던 간호사. 하지만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24살, 그 빛나는 청춘의 때에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 그들과 희노애락을 같이하며 인생을 배워갈 수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