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간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을 때, 원했던 대학병원에 취업이 되고, 국가고시에 합격했을 때 느꼈던 마음과 감사함을 잊지 않고 일을 하겠노라고 항상 기도하며 시작했던 병원 생활은 하루하루가 고비이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한 생명의 희노애락을 모두 경험하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로서 때로는 태산처럼 침착해야하고, 때로는 순간적인 판단력과 날렵함을 모두 갖춘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만 했지만 저의 앞에 누워있는 환자를 맞닥뜨리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졌던 저였기에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하는 행동 하나, 판단 하나가 제 환자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이루는 날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고, 어쩌다가 제가 이리 남의 인생에 관여하게 되어 하루하루 마음의 짐을 떠안고 사는지, 담담해지고 무덤덤해져야 할 죄책감을 그리며 사는가를 후회하고 또 후회하며 지내는 시간이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한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 심장중환자실이라는 공간에서 2년 7개월이라는 시간을 지내고 있는 이 시기에 찾아온 천사데이라는 행사는 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저 자신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저 두려워하고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보았던 환자와 보호자를 어느 새 때로는 저의 부모님처럼, 저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웃으며 친근하게 응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혈압, 혈당재기, 손 마사지하기 평소에는 그저 일적인 한 부분에 그쳤던 것이었지만, 이 날만큼은 형식적이고 일적인 부분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마워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보호자분들을 보며 저 또한 마음을 다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근무를 하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던 환자분들에게도 손 마사지를 해 드리면서 대화도 나누고, 혹여 손 마사지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도 손 한 번 더 잡아드리면서 빨리 쾌유하시길 바란다며 격려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런 저희들에게 감사하다며 크게 웃어주시는 환자분들을 보면서 차갑고 지쳐있던 마음이 따뜻해지고 오히려 환자분들에게 죄송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마사지를 하면서 환자분들의 눈을 보며 “시원하세요?” 물으면, “시원해. 고마워”, “너무 예뻐, 고마워”라며 웃으시던 할머니의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앞서 말했던 처음 간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을 때, 간호사가 되었을 때 환자와 보호자를 간호할 수 있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며 기도했던 그 시기가 생각나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흰 옷만 입은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지금 이 마음 잊지 않고 깨끗하고 따뜻한 마음가짐으로 환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간호할 수 있는 더 성숙한 간호사로서 일 할 수 있도록 더 기도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천사데이를 준비하며 저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시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해 주신 환자분들께 감사드리고 환자분들의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