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이야? 일루 와봐~ 아주 맛있는 쪼꼬렛뜨가 생겼어. 먹고 가"
박OO님이 저를 볼 때 마다 하는 인사입니다.
박OO님은 항암제 치료 후 지속되는 fever로 인해 입원하신 분입니다.
입원 후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서 fever가 잡혀가고 있을 때 쯤 부터 담당 간호사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입원 기간 동안 매일 Hb수치가 조금씩 떨어져 2~3일에 한 번씩 수혈을 하며 유지를 하고 있었는데 Hematology 환자들 대개가 질환 때문에 이런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출혈이 있었냐고 여쭤봐도 그런 건 전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날도 Hb 6.5 여서 RBC 수혈을 하는 날 이었습니다.
박OO님이 머뭇머뭇 거리시다가 저를 부르셨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시며 하시는 말이 "근데 말이야 대변이 아주 그냥 새카맣게 나와~ 검은 건 먹지도 않는데 신기해 그것 참."
그렇습니다.
계속해서 스물 스물 조금씩 떨어지던 Hb 원인이 melena 였던 겁니다.
그것도 일주일째 melena를 보셨다고 합니다. 변이 새까만게 신기 했지 크게 중요 한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고 합니다. occult blood 검사를 나가기 위해 통을 드렸는데 정말 숯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새까만 대변을 받아주셨습니다. 대변량을 확인 하려고 여쭤봤더니
"남 똥 싼 걸 뭐하려고 봐. 벌써 변기 물 내렸어. 그냥 많이 봤어~ 엄청 많이 한가득 봤어" 다음부터는 물 내리기 전에 담당 간호사를 불러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다음날 나온 검사결과는 역시나 positive 였습니다. 다행히 다음 날 Hb수치는9.4정도로 올랐고 EGD 상에서도 bleeding 소견이 보이지 않아 melena도 멈춘듯했습니다
"박ㅇㅇ님 다음번에 또 새카맣게 대변보시면 물 내리지 말고 꼭 저 보여주셔야 해요. 아셨죠?"
"아유~뭘 남의 똥 싼 걸 자꾸 보려 구 해~"
"중요 한 거니까 꼭 보여주세요. 물 내리시면 안돼요"
"알았어. 알았어"
박OO님을 볼 때 마다 검은변도 위장 출혈로 인해 생기는 거니까 코피나 혈뇨처럼 꼭 이야기 하시라고 신신 당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보호자분이 대변을 새까맣게 봤다며 절 찾으셨습니다.
박OO님이 화장실 앞에 겸연쩍은 표정으로 서 계셨고 화장실 변기에는 며칠 전처럼 새까만 대변이 한가득 있었습니다.
담당의에게 notify 하기 위해 대변을 Cx 통에 옮겨 담고 화장실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박OO님과 보호자 분이 손사래를 치며
“간호사 선생님이 이런 거 까지 해?
바쁠 텐데 이런 건 우리가 할 테니까 어여 가”
라고 말씀하시며 저를 화장실에서 끌어내셨습니다.
우선은 담당의 에게 notify 후 다시 환자분을 뵈러 갔더니 보호자 분이 제 손을 꼭 잡으며
“간호사 선생님이 바쁜데 이런 거 까지 하고 너무 힘들지? 신경 써 줘서 고마워. 할아버지가 열이 좀 떨어지니까 이제 또 대변이 문제네... 자주 와서 봐주고 해서 고마워요. 환자들 대변 까지도 챙겨서 봐야 되고 할이 너무 많겠어.
짜잘한 것들은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얘기 해주세요”라며 너무나도 고마워 하셨습니다.
며칠 뒤 melena가 멈췄고 정상 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대변 색깔이 새까맣지 않고 정상 변 색깔이야~ 간호사 선생님 덕분에 다 나았어. 검은 변도 안 나오고 열도 안 나니까 살 거 같애. 고마워. 고마워”
“쪼꼬렛 좋아혀? 나한테 아주 맛있는 쪼꼬렛이 있는데 많이는 없지만 먹고 싶은 만큼 이야 해봐. 몇 개 줄까?”
“저는 괜찮아요. 박OO님 좋아하시는 건데 아껴두셨다가 드세요”
계속 사양을 했지만
“나이 많은 사람이 몇 번이고 권하는데 거절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여.”
라고 말씀하시며 초콜릿을 가져가라 하셨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단 걸 좋아하셔서 자녀분들이 병문안 올 때마다 초콜릿을 사가지고 오신다고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이야기 하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날 이 후 출근해서 병실 rounding을 가면 박OO님이 저를 보고 하는 첫인사는 항상
"오늘도 출근이야? 밥은 먹고 왔어? 쪼꼬렛이랑 과자랑 있으니까 배고프면 얘기해. 아주 많아“ 가 되었습니다.
melena 사건 이 후 박OO님과의 rapport가 형성되면서 평소와 몸 상태가 달라지거나, 새로운 증상 들이 생기면 바로 바로 저에게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환자와의 rapport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환자와 간호사간의 rapport 형성이 환자에게는 안도감을 주고 치료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간호사에게는 업무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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